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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소라 난, 로커
오랜 칩거 깨고 8집 ‘8’로 돌아온 가수 이소라

등록 2014-04-14 19:19수정 2014-05-13 13:58

가수 이소라
가수 이소라
예상 뒤엎고 ‘록 퀸’으로 컴백
낯설고 거친 보컬 묵직하게 한방 

‘유쾌한 변신’ ‘어색한 조합’
이소라 변신에 호불호 엇갈려
가수 이소라가 지난 4일 선공개한 ‘운 듯’을 들었을 때 ‘참으로 이소라다운 곡’이라 생각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의 여백 많은 연주 위를 가로지르는 이소라의 차분하면서도 축축한 목소리. 어두컴컴한 심해로 침잠하는 듯 깊은 우울함이 심장을 짓눌렀다. 어둡고 서늘한 발라드는 이소라의 장기다. 6집 <눈썹달>(2004)의 ‘바람이 분다’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이번 8집 또한 연장선상에 있을 거라 예상했다.

섣부른 예상은 무참히 부서졌다. 지난 11일 공개된 이소라 8집 <8>에서 ‘운 듯’은 결과적으로 가장 이질적인 곡이었다. 이번 앨범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이소라, 록 퀸(Rock Queen)에 등극하다.” 이소라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집고 거칠고 강렬한 로커로 변신했다. 그렇게 내놓은 결과물은 청자의 뒤통수에 묵직한 한방을 먹인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게 하는 충격파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감성적인 모던록 스타일의 ‘난 별’이지만, 가장 강력한 카운터펀치는 두번째 트랙 ‘좀 멈춰라 사랑아’다. 밴드 메이트 출신의 정준일이 작곡한 이 곡은 육중한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 연주로 시작한다. 곧이어 낯설고 거친 보컬이 노랫말을 빠르게 쏟아낸다. 메가폰에 대고 노래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보컬 이펙터를 사용했다.

“혼자서 놀다 보면 친구 같은 거에도 관심 없어/ 집에서 안 나가면 그런 게 편안하니까/ 그렇게 살다 보면 남자나 연애에도 관심 없어/ 일에 파묻혀 살기, 그런 게 나란 애니까.”

마치 자신의 얘기를 하는 듯한 노랫말이다. 실제 이소라는 집 밖으로 잘 안 나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하는 편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발표한 7집 이후 6년 동안 집에 틀어박혀 새 앨범을 준비해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신보 음악감상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인터뷰에도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음악으로 할 말을 대신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곡의 후렴에서 이소라는 이렇게 노래한다. “나 어쩌나 이 일을, 가는 맘은 도무지 멈춰설 줄을 모르고/ 내 맘 따라 두 눈은 멍청하게 그렇게/ 너를 따르는 그 그림자, 그 뒤를 또 따라가네/ 좀 멈춰라 사랑아, 한 적도 난 없이 너를 보내버리고/ 날 반하게 한 네게 이런 노래라도 남기고 싶어.” 그는 이렇게 거친 노래조차 슬픈 외사랑의 노래로 승화시켜버렸다.

이소라는 대부분의 노래를 직접 작사하지만, 작곡은 전혀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이 앨범의 방향과 색깔을 잡고 작곡가를 선정해 곡을 의뢰한다. 이번 앨범에는 메이트 출신의 정준일·임헌일, 이한철, 정지찬, 델리스파이스의 김민규, 토마스쿡(정순용) 등이 작곡가로 참여했다. 작곡가는 여럿이어도, 앨범 전체를 설계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간 이소라의 작품으로 귀결된다. 작곡을 하지 않아도 ‘작가’로 인정받는 이유다.

이소라의 변신에 대한 의견은 갈린다. 음악팬들은 음원사이트와 에스엔에스를 통해 “유쾌한 배신”, “생각지도 못한 파격” 등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가수 타블로와 장재인도 에스엔에스로 앨범에 대한 감동과 선배 가수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반면 “이소라 보컬 색깔과 센 음악이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음악평론가 차우진)라거나 “이번 앨범의 록 음악 자체가 좀 낡은 느낌이 있어 이소라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6·7집에 못 미치는 것 같다”(음악평론가 서정민갑)는 의견도 있다.

이소라는 일체의 방송출연 없이 무대에서만 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6월 19~22일과 26~29일 모두 8차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공연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포츈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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