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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조수미 “늘 두려웠던 바흐, 이제야 용기 내 도전”

등록 2014-04-17 19:27

성악가 조수미.
성악가 조수미.
아리아 담은 새 앨범 ‘온리 바흐’ 발매
8월 방한 교황 앞에서 노래 부르고파
“바흐는 늘 두려웠다. 인생의 심오한 세계를 다 안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이제 조금은 안다. 그래서 바흐의 아리아에 도전하게 됐다.”

조수미는 다섯살 때 바흐를 만났다. 그때 피아노곡 ‘인벤션’을 치면서 힘겨웠다. 1986년 이탈리아에서 오페라 <리골레토>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무대경력 28년째. 인생을 조금이나마 배웠다. 그는 용기를 내 바흐의 아리아만을 담은 새 앨범 <온리 바흐>(사진)를 냈다. 크로스오버의 여정을 돌아 다시 정통 클래식으로 돌아온 셈이다. 용기를 낸 김에, 그는 오는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그 앞에서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17일 서울의 한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조수미와 만나 새 앨범과 음악세계에 대해 들었다. 그는 먼저 진도해역 여객선 침몰사고로 마음을 졸이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왜 이번에 바흐를 선택했나.

“사실 바흐의 곡은 <저니 투 바로크>란 앨범에 칸타타 3곡이 수록돼 있다. 그 당시 바흐만을 담지 않았던 이유는 워낙 바흐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서워하고 힘들어하는 작곡가라 국제무대에 데뷔한 지 28년째 되는데 이제야 앨범을 내게 됐다. 제가 바흐를 안다는 말씀은 못 드리지만, 조금이라도 인생에 대해 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용기를 냈다.”

조수미의 새 앨범 ‘온리 바흐’.
조수미의 새 앨범 ‘온리 바흐’.
-반주를 소편성 오케스트라로 하지 않고 바이올린과 기타를 썼는데….

“지금까지 해왔던 것은 하고 싶지 않아서다. 오리지널을 존중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내 것을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바흐 시대에 썼던 류트같은 현악기를 현대인들의 감성을 가장 녹일 수 있는 기타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현대적인 감각은 수용했지만, 바흐의 악보 그대로 재현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조수미씨는 마리아 칼라스, 조앤 서덜랜드를 잇는 이 시대 대표적인 벨칸토 소프라노인데, 엄정하고 종교적 색채의 바흐 아리아와는 좀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아무래도 바흐나 바로크 시대 연주자들의 색깔이나 발성법이 벨칸토(아름답게 노래하는 가창법)와는 이질적이다. 그들의 음악은 비브라토(목떨림)가 없고 감정을 억제한다. 소리를 머리 앞으로 내는 발성이 아니라, 머리 뒤로 가는 발성이다. 바흐 음악은 굉장히 절제되고 숭고하고 심오한 음악이지만, 음악적 표현이 강하고 진정성이 있고 절실해야 한다. 저는 굉장히 절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절제 속에서도 느끼는 삶의 기쁨이랄까. 그런 면에서는 신이 있기에 영원한 안식이 보장되리라는 걸 생각하면 기쁨의 비브라토가 안 들어갈 수 없었다.”

-어릴 때 처음 만난 곡이 바흐였다고?

“다섯살 때 바흐의 피아노곡 ‘인벤션’을 만났다. 보통 체르니나 바이엘부터 시작하지만, 완전한 곡으로는 바흐가 처음이었다.”

-녹음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제가 몇년 전 <저니 투 바로크>를 녹음했을 때는 녹음실을 뛰쳐나갈 정도로 불편했다. 비발디나 퍼셀 곡을 부를 때는 불편함이 없었는데 바흐라니까 괜히 작아지더라. 그런데 그때 ‘커피칸타타’를 녹음하면서 몇백년 뒤의 제가 바흐와 커피로 연결됐다는게 너무 신기 했다. 그다음부터는 바흐에 대한 친근감이 생겼다. 이번에 (앨범) 완성품을 들어봐도 미숙하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느낌이다. 발음이나 이런 건 괜찮지만, 아직도 성숙하거나 풍성한 느낌은 제가 못 느낀다. 솔직히 바흐가 힘들구나 하는 느낌. 앞으로 더 잘했으면 좋겠다.”

-교황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데.

“8월달에 교황님이 한국에 온다. 저는 가톨릭 신자(세례명 소화 데레사)고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라 그분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게 소원이다. 제가 얼마나 교황님 존경하는지, 직접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지난 15일 발매된 <온리 바흐>는 <미싱 유>, <이히 리베 디히>, <리베라>에 이은 조수미의 네번째 도이체그라모폰 솔로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조수미가 처음으로 녹음한 바흐 아리아로, 가장 널리 알려진 ‘예수는 인간 소망의 기쁨’,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를 비롯해 마태수난곡 중 ‘자비를 베푸소서’ 등 15곡을 담았다.

손준현 기자, 사진 유니버설 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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