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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달관한 ‘오영수’와 사악한 ‘오달수’의 대결

등록 2014-05-08 19:39

배우 오달수(왼쪽)과 오영수(오른쪽).
배우 오달수(왼쪽)과 오영수(오른쪽).
이름 비슷한 노년·중년의 두 배우
셰익스피어 ‘템페스트’서 함께 열연
“처음 한무대 섰지만 호흡 잘 맞아”
“이 섬은 원래 내 거야, 내가 주인이란 말이야. 우리 엄마가 나한테 물려준 건데 당신이 훔쳤어!”(오달수) “지금 너한테 필요한 건 친절이 아니라 매질이야. 더럽고 쓰레기 같은 놈!”(오영수)

배신당한 동생에게 복수를 꿈꾸는 프로스페로 역의 오영수(70·사진 오른쪽). 자신의 섬을 빼앗은 프로스페로에게 배신을 꿈꾸는 캘리번 역의 오달수(46·왼쪽). 이름은 비슷하지만 캐릭터가 전혀 다른 ‘두 오씨’가 처음으로 같은 연극무대에 선다. 9일부터 2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르는 셰익스피어 최후의 걸작 <템페스트>(연출 김동현)에서 오영수와 오달수는 ‘폭풍 같은 연기’ 대결을 펼친다.

연극 경력 50년의 오영수, 경력 24년의 오달수. 1963년 극단 광장에서 연극계에 입문한 오영수는 1987년부터 국립극단에서 활동하며 한국연극협회 연기상(2000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1994년) 등 수많은 상을 휩쓴 관록의 배우다.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한 오달수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영화 <도둑들>, <변호인>, <7번방의 선물> 등 수많은 영화에서 개성파 명품연기로 이름을 날렸다.

오영수가 범접할 수 없는 깊이의 진지함이 무기라면, 오달수는 사악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앞세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연습실에서 두 사람을 만나 서로의 캐릭터와 연기에 대해 들었다.

대선배 오영수는 오달수에 대해 “쟤는 연극에서는 괴물로 나오지만 심성이 좋고 순수해요. 전혀 사악하지 않아요”라고 두 번이나 강조했다. 오달수는 “선생님은 세상을 살아온 넓이나 깊이가 있으신 분”이라고 높였다.

서로 칭찬하지만, 두 배우가 맡은 배역은 극과 극이다. 오영수가 맡은 프로스페로는 ‘인생의 달관자’다. 그는 동생한테 밀라노 대공의 자리를 뺏기고 딸과 함께 쫓겨나 외딴섬에서 12년간 마법을 익힌다. 마법으로 폭풍우를 일으켜 그를 쫓아낸 동생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지만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한다.

이에 반해 오달수가 맡은 캘리번은 ‘면종복배형’이다. 그는 외딴섬에 사는 마녀의 아들로, 프로스페로가 오기 전까지는 섬의 지배자였다. 프로스페로의 하인이 된 캘리번은 천성적으로 사악한 존재로 늘 반역음모를 꾸민다.

오영수는 자신이 맡은 프로스페로가 셰익스피어의 분신이라고 했다. “인생을 사유하는 인물이죠. 진지함도 있고 나중에 권력을 뺏어갔던 사람을 다 용서하고 자기는 고향으로 가는 거죠. 셰익스피어가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쓴 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지요.” 오영수, 프로스페로, 셰익스피어 이 세 인물이 한 사람으로 겹쳐 보였다.

오영수는 “내가 국립극단에서 활동하다 보니 오달수를 만날 기회가 통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만나서 같이 연기해보니 서로 교감이 잘됐어요”라며 연기호흡에 만족을 나타냈다.

한편 오달수는 배역 캘리번에 대해 “원래 이 섬은 내 거였는데 프로스페로가 차지해서 잃어버렸단 말이죠. 그러니까 섬을 되찾겠다는 순수한 욕망을 가졌지요”라고 설명한다. 영화에서 코믹연기를 많이 했는데, 연극에서도 그러고 싶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생각 같아서는 웃기고 싶은데 연극이 배우와의 약속, 관객과의 약속이니까 대본대로 해야죠. 제가 웃기지 않더라도 관객은 배역이 그렇구나 하고 생각해요.”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탄생 450년을 맞아 국립극단이 기획한 ‘450년 만의 3색 만남’ 가운데 마지막 무대다. 앞서 <맥베스>와 <노래하는 샤일록>도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1688-5966.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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