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벤게로프(40)
‘지휘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벤게로프
‘러시아 신동 삼총사’였던 연주자
무리한 연주로 어깨 부상 입어
활 못들자 2007년 지휘자로 전향
어깨 회복 뒤 지휘·연주자 병행
“지휘봉 든 뒤 이해력 깊어지고
바이올린 연주 색깔도 더 풍부”
20일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내한
‘바이올린 든 지휘자’로 무대에
‘러시아 신동 삼총사’였던 연주자
무리한 연주로 어깨 부상 입어
활 못들자 2007년 지휘자로 전향
어깨 회복 뒤 지휘·연주자 병행
“지휘봉 든 뒤 이해력 깊어지고
바이올린 연주 색깔도 더 풍부”
20일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내한
‘바이올린 든 지휘자’로 무대에
한 손에는 활, 한 손에는 지휘봉을 든 막심 벤게로프(40·사진). 이미 다섯살 때 첫 바이올린 콘서트를 열었던 ‘천재’ 벤게로프는 2007년 어깨 부상으로 더이상 활을 들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4년 동안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겐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지휘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는데, 지휘뿐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에서도 전보다 색깔이 더 풍부해졌다.” 고심 끝에 활 대신 지휘봉을 든 그의 음악세계는 폭넓어졌고, 바이올린 음색도 훨씬 풍부해진 것이다. 스스로 “4년 동안 나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20일 폴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르는 그를 최근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벤게로프는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과 더불어 ‘러시아 신동 삼총사’로 불리며 세계무대를 누비던 연주자다. 10살 때 비에냐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15살 때 카를 플레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한창 오르막이던 그의 인생에 뜻밖에 불행이 닥쳤다. 연주자로서 절정의 시기를 보내던 2007년, 어깨 부상으로 더이상 연주가 불가능해졌다. 무리한 연주 일정과 웨이트트레이닝이 원인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결국 지휘자로 방향을 틀었다. 카네기홀에서 데뷔해 제2의 음악인생을 시작한 그는 이후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파리 체임버 오케스트라, 토론토 심포니 등을 지휘했다. 하지만 그는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바이올린 활을 들었다.
지휘봉을 잡기 전과 잡은 후, 그에게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지휘를 하면 오케스트라 경험이 더 풍부해지고 악보를 더 완벽하게 이해하게 된다. 바이올리니스트가 지휘를 하면 오케스트라의 디테일에 강하다. 악기 연주를 하지 않는 지휘자들은 이런 지식과 세심함을 갖기 힘들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내가 그들이 연주하는 음표를 느끼고 있다는 점을 잘 안다.”
벤게로프는 지휘와 연주자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음악가로서 내 활동의 대부분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초청받는 연주회의 50~60%는 연주와 지휘를 병행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다. 그는 서울 공연에서도 바이올린을 든 지휘자로 무대에 오른다. 이번에 연주하는 곡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4번과 5번, 차이콥스키의 <우울한 세레나데>와 <왈츠-스케르초>,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와 <아바네즈> 등이다.
이번에 협연하는 폴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는 어떤 인연인지 궁금했다. “2006년 폴란드 비에냐프스키 콩쿠르 폐막식 때 처음으로 이들과 연주할 기회를 가졌다. 세계화 시대임에도 매우 드물게 그들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 후 그들과 수많은 연주를 함께했고, 지금도 유럽, 아시아, 중동 등 55개 콘서트 투어에 동행하고 있다.”
그는 날마다 2시간 이상씩 연주기법을 점검한다고 했다. “어떻게 바이올린을 잡는지, 활을 어떻게 쥐는지,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아주 사소한 부분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 쓴다. 악마는 언제나 이런 디테일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내 지휘나 연주를 보면서 관객들은 ‘쉬워 보이네, 나도 할 수 있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런 자연스러운 연주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단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그에게 연주 외에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가족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다. 특히 최근 낳은 아이를 기르면서 “가족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가족들에게 위로와 애도의 말도 잊지 않았다. “너무나 큰 고통을 당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분들께 이번 연주회를 바친다.” 5만~18만원. (02)318-430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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