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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죽느냐 사느냐? 이젠 ‘사랑이냐 복수냐’죠”

등록 2014-05-15 19:20수정 2014-05-15 19:24

12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곤씨는 “고전을 여성 시각에서 뒤집는 작업을 하니 내가 페미니스트인 줄 알더라”며 “부끄럽지만 평소엔 너무 가부장적인 남자”라고 웃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12일 서울 성북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곤씨는 “고전을 여성 시각에서 뒤집는 작업을 하니 내가 페미니스트인 줄 알더라”며 “부끄럽지만 평소엔 너무 가부장적인 남자”라고 웃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화‘랑’] 인터뷰 뮤지컬 ‘오필리어’ 연출 김명곤씨

‘햄릿’ 애인을 주인공으로 재해석
7년 대본작업 끝에 원작 틀 벗어
박초월 명창을 사사한 소리꾼, 영화 <서편제> 유봉 역의 배우, 연극 연출가, 전 국립극장장, 전 문화체육부 장관….

이렇게 많은 수식어를 앞세울 수 있지만 김명곤(62)씨는 “그 모든 수식어 중 가장 맘에 드는 것, 그리고 죽을 때까지 영원히 누릴 수 있는 것은 ‘연출가’뿐이더라”고 했다. 그런 그가 생애 첫 뮤지컬인 <오필리어>를 들고 관객들을 만날 준비 중이다.

“사람들이 왜 갑자기 뮤지컬이냐고 하는데, 전 옛날부터 마당극도 하고, 국악도 했고, <우루왕> 같은 음악극도 했어요. 제가 하는 공연의 바탕에는 항상 음악이 있으니 결국 전 뮤지컬을 할 팔자였던 거죠.” 12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이유를 ‘팔자’라고 했다.

뮤지컬 <오필리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햄릿의 ‘애인’인 오필리어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이다. 그동안 대부분 연극으로 공연됐던 셰익스피어 원작을 뮤지컬로 바꾸면서 주인공을 ‘뒤집어보기’ 한, 대표적인 원소스 멀티유즈 작품인 셈이다.

“항상 원작에서 단순하고 희생적인 캐릭터로만 그려지는 오필리어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21세기 여성들이 과연 이런 캐릭터에 동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업이에요.”

‘각색’은 생각만큼 순조롭지 않았다. 몇번을 바꾸어 썼다. 하지만 이를 본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햄릿이 주인공 아니냐”고 말했다. “그만큼 고전이라 불리는 원작의 힘이 너무나 컸던 거예요. 그 사실을 절절히 깨달으며 7년 가까이 대본작업을 했습니다.”

엄청난 시간과 고민의 결과로 탄생한 <오필리어>.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라는 핵심 질문은 오필리어의 ‘사랑이냐 복수냐’로 치환됐다. 어머니와 결혼한 삼촌에게 복수를 하려다 사랑하는 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실수로 죽이는 햄릿을 두고 오필리어가 괴로워하며 던지는 질문이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이기에 오필리어로의 ‘관점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봐요. 지금까지 세상이 이렇게 경쟁적이고 파괴적인 곳이 된 이유는 남성성 때문이거든요. 저도 남자지만 제 가부장성과 질투심을 완화시켜준 것은 아내와 딸, 즉 여성들이에요.” 과연 오필리어는 복수와 증오의 시대를 끝내고 사랑과 생명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그는 앞으로도 고전의 재해석과 뒤집어보기를 계속해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요즘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여성인 그레첸의 관점으로 뒤집어보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단다. 그는 앞서 2000년에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셋째 딸 코딜리아의 관점으로 바라본 음악극 <우루왕>을 만든 바 있다.

공연판에서 30년 넘게 활동한 그도 요즘엔 밤잠을 설친다. “흔히 경험이 많고 연륜이 쌓이면 더 훌륭한 작품을 생산해낼 거라고 기대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예요. 나이가 들면 젊은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집에 빠질 가능성도 커지니까요. 그걸 넘어서는 게 숙제죠.” 그래서 그는 늘 청바지 차림에 워커를 신은 ‘젊은 차림새’다. 공연계의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란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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