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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2년만에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로 성장

등록 2014-05-19 19:05수정 2014-05-19 21:17

중국작가 구웬다의 <국제연합:사람과 공간>
중국작가 구웬다의 <국제연합:사람과 공간>
기고 l ‘아트바젤홍콩’ 가보니

아시아·태평양 화랑이 절반 차지
관객 수준 높아지고 판매도 급증
한국 화랑도 10여곳 참여
“국내 아트페어와 격차 커 위기”
지난주 세계 미술계의 시선은 홍콩으로 쏠렸다. 15~18일 홍콩섬 컨벤션 센터에서는 아시아 최대의 국제미술장터(아트페어)인 아트바젤홍콩이 열렸다. 세계미술계의 주요 권력장 가운데 하나인 아트바젤의 홍콩 장터를 미술평론가 유진상씨가 살펴보고 참관기를 보내왔다.

어느 유수한 비엔날레를 보는 듯했다. 머리카락으로 만국기들을 짜만든 중국작가 구웬다의 <국제연합:사람과 공간>(사진)과 깨어진 도자기 파편들로 이루어진 한국작가 이수경씨의 <천(Thousand)> 등 17개의 거대한 설치작업들이 얽혀 만든 프로젝트 ‘인카운터’, 그 사이로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기획자·평론가들과 애호가들이 거닐고 있었다.

2회째를 맞은 아트바젤 홍콩의 전시장은 동시대미술, 그 중에서도 아시아 미술에 초점을 두었다. 매그너스 랜프루 아시아 지역 디렉터는 245개 참여 화랑들 가운데 50%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갤러리들로 초대했다. 유럽이라면 명함도 내밀 수 없었던 많은 아시아 화랑들이 야심차게 참여했다. 동시에 함께 출품한 유럽-미국 주요 갤러리들도 적극적으로 우수작품들을 내놓아 수장고 세일을 하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들을 일정 부분 잠재웠다.

물론 주요 거래 작품들 경향은 중국 미술시장 중심으로 상당부분 조정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런던 주다 갤러리의 디렉터인 데이비드 주다는 “2013년에 비해 관객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운영·판매 역시 크게 만족할만하다”고 평했다. 한국화랑으로 출품한 학고재 갤러리의 우찬규 대표는 “전시 공간 디자인과 벽에 걸린 작품 내용까지도 몇달 전부터 통제를 받았다”면서 “아트페어의 질적 향상을 위해 그런 엄격함은 오히려 반길만한 것”이라고 했다. 스위스시계 같은 세부에 대한 완벽한 관리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인 스폰서가 도이치 뱅크에서 스위스 금융그룹인 유비에스(UBS)로 바뀌면서 컬렉터와 귀빈들에 대한 서비스 역시 차별화를 구현한 느낌이었다.

아트바젤 홍콩은 2008년 시작된 홍콩 아트페어가 모태다. 스위스의 글로벌 전시 마케팅 업체인 엠시에이치(MCH) 그룹이 2011년 아시안 아트페어 공사의 지분을 60% 인수하면서 2013년 새로 문을 열었다. 예술, 디자인, 귀중품 등의 컨벤션 전시를 기획해온 이 회사는 지난 44년간 독일-프랑스 국경과 맞닿은 스위스 바젤에서 아트페어를 운영하면서, 이 작은 도시를 지난해 기준 약 2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예술품 거래 중심지, 전세계 예술 전문가와 백만장자들이 매년 모여드는 미술시장 허브로 탈바꿈시켰다.

바젤 외에 미국 마이애미에서 매년 1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해온 아트페어도 같이 운영해온 아트바젤의 홍콩 상륙은 경쟁자였던 싱가폴, 상하이, 타이페이, 서울 등의 시각예술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홍콩은 미술품 수출입 관세와 사치품 제한이 없어, 34%의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 본토에 견줘 절대적 혜택을 누린다. 실제로 화이트 큐브, 가고시안 같은 서구 메이저화랑들이 홍콩에 분점을 차려 작품 수장고를 현지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중국, 대만 뿐 아니라 한국 수집가들까지 직접 현지구매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10곳이 참여한 한국 화랑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페어의 관객, 작품들 수준이 높아 국내 아트페어들과 커다란 격차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미술시장은 본의 아니게 지역 영세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욱이 2017년에는 3조원을 투입한 ‘M+미술관’이 홍콩 구룡반도 문화특구에 문을 열게 된다. 홍콩의 세계적인 경매시장과 함께 아트바젤 홍콩의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M+쪽은 이미 동시대 아시아를 대표하는 3000여점의 시각예술 컬렉션을 완비한 상태라고 한다. 개관 시점에는 아시아에서 핵심적인 미술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유진상 계원예술대교수
유진상 계원예술대교수

흥미로운 점은 M+와 아트바젤 모두 운영의 방점을 ‘교육’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수준 높은 시민들과 더불어 세계적 문화중심 도시의 관객 및 고객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모든 홍보 문구에서 적시하고 있었다. 홍콩의 아트바젤 유치는 서구의 전시기획 및 컨텐츠 생산 노하우를 빨아들이는 동시에 홍콩을 중국 문화시장의 세계화와 아시아 문화시장 지배를 위한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비쳤다. 아트바젤 홍콩이 참여 갤러리 선정위원회 라인업을 30, 40대 젊은 전문가들로 꾸려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진상 계원예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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