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
“세월호 희생 학생들은 영웅이 돼
사고 계기로 잘못된 시스템 고쳐지길”
사고 계기로 잘못된 시스템 고쳐지길”
“지금 가슴이 찢어지는 상황이에요. 그런 때 음악으로 위로받는 것이잖아요. 6월 콘서트는 어린이, 특히 영재들을 돕는 자리에요. 영재들이 연주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고, 뒷바라지해 키워주고 싶어요.”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66)가 내달 13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어린이, 미래, 생명을 위한 헌정음악회 그래도, 희망…’을 연다. 21일 북한산의 기슭 아래 구기동 집에서 만난 그는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등진 아이들 얘기를 잊지 않았다. “세월호 아이들은 하늘의 별, 영웅이 됐어요. 이번 일 계기로 잘못된 시스템이 고쳐지기를 바라지요.”
정경화는 먼저 이번 연주회의 의미를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너무 많은 걸 받아 이 나라에 돌려주고 싶어서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건 영재교육이지요”라며 짚었다. 이번 공연에서 정경화는 ‘정 트리오’ 활동 이후 페스티벌을 제외한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실내악을 들려준다. 먼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슈베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그랜드 두오’를 연주한다. 케너, 첼리스트 양성원과 함께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E플랫장조 D.929도 연주한다. 공연 수익금으로는 르완다 어린이들도 돕고, 한국의 어린 음악가도 지원한다.
그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간 바이올린을 놓았다가 2011년 재기해 지금은 활발한 연주활동을 벌이고 있다. “검지 부상 때문에 엄지까지 아프게 됐어요.” 정경화는 왼손 검지를 뒤로 밀쳐보였다. “이제는 관절이 완전히 나았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재발합니다. 하루살이처럼 매일, 아니 매초 감사하며 삽니다. 행복은 딱 이 두 손에 있어요.”
부상 이전과 부상 이후 연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음악의 깊이는 나이 먹을수록 달라집니다. 손가락을 고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이제는 자유로와요.” 나이듦의 과정은 누구도 피할 수는 없지만, 부상을 극복한 뒤 연주자로서 정신의 성숙과 영혼의 정화를 느낀듯했다. 그는 “부상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돌아와 지금은 다른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했다. “너무 욕심만 안 부리면. 음악은 늙지 않습니다. 어제 90살이 넘은 이브리 기틀리스의 바이올리니스트 최고령 연주를 봤어요. 어찌나 정정하던지….”
언니 첼리스트 정명화, 동생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하는 ‘정트리오’ 연주계획을 묻자 손사래를 쳤다. “동생은 서울시향에 완전히 몰입해 있어 시간이 전혀 없고, 언니하고도 일정을 맞출 수가 없어요.” 정경화는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을 언니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음악제는 올해에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일대에서 7월24일부터 8월3일까지 열린다.
마지막으로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개를 데리고 자주 구기동 계곡을 오르는데, 승가사까지 헐떡이며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술 한 잔. “소맥을 좋아합니다. 물론 와인도 좋아하고. 딱 한 잔만.”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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