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베에르(57) 예술감독
국제현대무용제 폐막작 연출한
라미 베에르 키부츠무용단 감독
라미 베에르 키부츠무용단 감독
“춤은 모든 창의성의 원천”이며 “춤 교육은 전문 춤꾼뿐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하다.”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무용단의 라미 베에르(57·사진) 예술감독은 지난달 31일 ‘제33회 국제현대무용제’(모다페2014) 폐막작으로 <이프 앳 올>(만에 하나라도)을 선보여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보름달 아래 격렬한 춤사위를 통해 원시 부족과 현대인 등 다양한 인간상을 섬세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폐막 전날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만난 그는 <이프 앳 올>에 대해 “나는 하나의 끈을 던져줄 뿐이고, 관객이 그 끈을 잡고 생각의 여행을 하게 한다. 물론 해석은 관객 몫”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무대에서 초청받는 안무가인 그의 예술적 영감의 원천은 어디일까. 그가 처음 춤을 배운 곳도, 안무가로서 명성을 떨친 곳도 키부츠 무용단이다. 이 무용단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예후디트 아르논이 1973년 갈릴리 지방의 키부츠 가아톤에 설립했다. “예후디트는 유치원에서 3년간 춤을 가르쳐준 첫번째 선생님이었다. 내 재능과 자질을 발견해 키워줬다. 80년 입단해 96년부터는 예술감독을 맡았다. 키부츠 무용단은 전세계에서 활동하며 해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키부츠 무용단은 국제무용마을을 운영해 외국 학생들도 가르치고 있다. “교육·가족 프로그램은 춤뿐 아니라 필라테스, 요가 등 몸의 움직임에 관련한 것을 가르친다. 우리는 전문 춤꾼 양성뿐 아니라 일반인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교육 시스템 덕분에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무용 강국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무용뿐 아니라 음악, 영화에서도 창의성이 강한 나라다. 어릴 때부터 창의성을 계발해주고 자신한테 맞는 것은 찾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후디트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다.”
집안의 예술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부모님은 헝가리 출신으로 홀로코스트 이후 이스라엘로 왔다. 아버지는 건축가였으며 바이올린 연주가였다. 내가 첼로를 연주하는 것을 비롯해 세 누이가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연주해 우리 가족은 현악사중주가 가능하다. 어머니가 도서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나는 어릴 때부터 예술 서적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에 세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모다페가 전세계의 문화 교류에 기여하고 한층 더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모다페201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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