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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1000호 화폭 ‘동학’ 34년 만에…전시장 한면 메운 ‘녹두장군 아우라’

등록 2014-06-03 18:56수정 2014-06-03 20:25

고 여운 작가(1947~2013)의 대작 <동학>. 도판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고 여운 작가(1947~2013)의 대작 <동학>. 도판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고 여운 작가의 7m×3m 대작
8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국내 역사화의 기념비적 작품”
고개를 돌려 지금 우리를 보는 ‘녹두장군’ 여덟분이 있다. 동학농민군의 수장 전봉준(1855~1895), 그는 마대 천에 핏자욱 찍듯 물감을 찍은 이미지로 환생한다. 전시장 한면을 메운 거대한 병풍 속에서 전봉준은 빛무리에 둘러싸인 성자가 된다.

예수나 붓다 같은 이가 아니다. 120년 전 전라도 고부에서 봉기의 횃불을 치켜들었던 전봉준은 형장에 끌려가는 수인의 얼굴을 하고서 관객을 내려다본다. 그를 감싼 황톳빛 화폭 곳곳에는 불온하고 치열한 죽음이 일렁거린다. 20세기로 이어진 식민지 강점의 역사 속에서 외세의 칼 끝에 숨진 민중의 주검들, 이 죽음을 딛고 싸웠던 숱한 선열 지사들 또한 들불 속에서 우리를 보고 서있다. 화폭 상단에 아른거리는 전봉준의 시선은 아래쪽에서 군상들의 시선과 합쳐진다. 역사를 만들고 부대꼈던 민중, 선열들이 함께 내리 쏟는 거대한 시선으로 변하는 것이다.

높이가 3m를 넘고 가로길이는 7m에 육박하는 고 여운 작가(1947~2013)의 대작 <동학>이 34년 만에 전시장에 내걸렸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6월8일까지 열리는 2014 민주·인권·평화전 ‘오월의 파랑새’에 나온 이 작품은 동학정신의 시작을 상징하는 대표작이다. 폭 80여cm의 마대천 병풍 여덟개를 잇대어 1000호 넘는 화폭을 만든 얼개 또한 전례없이 독특하다.

<동학>은 유신말기였던 79년 막 결혼한 작가가 동학혁명에서 불현듯 영감을 받아 미친 듯이 작업해 그렸다고 전해진다. 80년 5월 서울 혜화동 미술회관 개인전에서 선보여 절찬을 받았으나, 전시가 끝난 이틀 뒤 광주항쟁이 발발한 기구한 내력도 갖고 있다. 오랫동안 작가가 보관해오다 수년전 가나아트센터를 통해 개인소장자에게 팔렸다. 고인의 미술계 지인들은 “국내 역사화의 기념비적 작품인데 공공미술관에서 소장, 전시하지 못하고 빌려서 봐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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