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역사속 남북건축 조명
사상 첫 최고상 수상
사상 첫 최고상 수상
한국 건축이 황금사자를 품에 안았다.
7일(현지시각) 공식 개막한 세계 최대의 건축 축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한국관이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미술전과 건축전이 해마다 번갈아 열리는 이 비엔날레 역사에서 한국이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건축과 미술을 통틀어 처음이다. 세계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국제 건축계에서 특별한 주목이나 평가를 받은 적이 드물었던 한국 건축은 그 위상이 단숨에 한 단계 뛰어오르게 됐다.
유명 건축가 렘 콜하스가 총감독을 맡은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선 비엔날레 역사상 처음으로 65개 모든 국가관이 ‘근대성의 흡수: 1914-2014’라는 같은 주제하에 전시를 기획했다. 조민석 건축가(매스스터디스 대표)가 전시를 총괄하는 커미셔너를 맡고 배형민 서울시립대 교수와 안창모 경기대 교수가 큐레이터로 참여한 한국관은 이 주제에 맞춰 시인이자 건축가였던 이상(1910~1937)의 시 ‘오감도’에서 착안해 ‘한반도 오감도’라는 주제로 지난 100년 한국 건축이 겪어온 길을 건축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통해 조망했다.
특히 한국관은 한국 건축만이 아니라 북한의 건축을 포함시켜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서로 다른 체제로 대립하고 경쟁해온 남북한의 역사와 건축의 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한반도의 분단이 곧 20세기를 지배한 두 축인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걸어온 역사를 축약하고 있으며, 5000년 역사와 문화를 지녀온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리면서 각기 다른 이념 아래 두 나라의 도시와 건축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로 기획한 것이다.
비엔날레 심사위원단은 “고조된 정치적 상황 속에서 건축과 도시성에 대한 지식을 새롭고 풍부하게 만든 탁월한 성취에 황금사자상을 한국에 수여하게 됐다”고 밝히고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는 다양한 반영 방식을 도입한 점에서 행동하는 연구 조사를 보여줬고, 공간과 건축 서사를 지리정치적 현실 안으로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조민석 커미셔너는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한국관 전시는) 앞을 내다보기 위해 지난 백년을 돌아보는 일”이었으며, “남북한이 모여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얼마나 흥미로울지에 대한 작지만 긍정적인 시범이 되길 소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사자상은 칠레관이, 세 국가관에 주는 특별언급상은 캐나다관, 프랑스관, 러시아관이 받았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11월23일까지 열린다.
베네치아/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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