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규현·백현 출연 ‘싱잉 인 더 레인’
‘노래보단 대사’ 아이돌 약점 감춰
외국인·10대관객 유입 강점
라이선스 작품 선택 아쉬워
‘노래보단 대사’ 아이돌 약점 감춰
외국인·10대관객 유입 강점
라이선스 작품 선택 아쉬워
‘에스엠(SM) 학예회’에 그칠 것인가, 한국 뮤지컬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것인가?
대형 연예기획사 에스엠이 제작한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사진)이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막을 올렸다. <싱잉 인 더 레인>은 진 켈리가 감독·주연을 맡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 영화(1952)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배경은 영화 장르의 패러다임이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 무성영화의 아이콘인 돈 록우드가 경쟁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를 벌이다, 배우 지망생 캐시의 도움으로 명성과 사랑 모두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은 영화를 거의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놓는다. 1만4000ℓ의 물이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과감한 연출과 주인공들의 신나는 탭댄스 안무 등 관객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에스엠 소속 아이돌도 피나는 연습을 한 듯 보인다. 7일 무대에 오른 돈 록우드 역의 규현(슈퍼주니어)은 때로 힘에 부친 듯 탭댄스를 추는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목소리는 이상하지만 얼굴이 예쁜 여배우 리나 역을 맡은 선데이(천상지희)도 무난한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작품 특성상 노래보다 대사가 많고 춤을 추며 노래를 소화하는 장면이 적은 점도 아이돌의 약점을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 요소다.
엄밀히 말해 <싱잉 인 더 레인>은 에스엠이 제작한 첫 뮤지컬은 아니다. 에스엠 자회사인 에스엠아트컴퍼니는 앞서 지난 2008년 강인과 희철(슈퍼주니어)을 내세워 <제너두>라는 뮤지컬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기대 이하”라는 혹평과 함께 뮤지컬 팬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에스엠은 이후 자사 아이돌을 여러 뮤지컬에 출연시키며 실력을 키워왔다. <싱잉 인 더 레인>에 출연하는 아이돌 중 엑소의 백현을 빼고는 모두 뮤지컬 출연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제너두> 때보다는 한결 매끄럽다.
하지만 13만원이라는 표 값을 고려할 때, <싱잉 인 더 레인>은 흔쾌히 합격점을 주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비슷한 쇼 뮤지컬들과 견줄 때 ‘비교 우위’인 점이 없기 때문이다. 안무는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비교할 때 짜임새가 부족한데다 촌스럽고, 웃음과 위트는 <아가씨와 건달들>에 미치지 못한다. ‘에스엠 소속 아이돌’이 나온다는 것이 이 작품의 유일한 강점인 셈이다.
에스엠은 아이돌을 보유한 자사의 특성상 관객 연령층 확대와 외국인 관객 증가로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보규 에스엠 시앤시 뮤지컬 팀장은 “<싱잉 인 더 레인>의 관객 중 20% 이상이 중국·일본 등 외국인이며, 20~30대가 주 관객층인 다른 작품에 견줘 10대의 비중도 높다”며 “앞으로도 좋은 콘텐츠를 개발해 뮤지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라이온 킹> 같은 질 높은 뮤지컬을 만든 것처럼 에스엠이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시장의 외연을 확대한다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창작이 아닌 라이선스 작품을 택한 것은 결국 도전보다 안정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에스엠시앤시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