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한승석과 피아니스트 정재일
명창 한승석과 피아니스트 정재일
2년 작업끝 앨범 ‘바리 어밴던드’ 내
바리공주 설화 모티브로 8곡 담아
2년 작업끝 앨범 ‘바리 어밴던드’ 내
바리공주 설화 모티브로 8곡 담아
“처음 본 순간부터 팬이 됐어요. 제 피아노와 한승석의 판소리를 합치면 뭔가 괜찮은 게 나오겠다 싶었지요.”(정재일) “13년 전 정재일과 한팀이 됐어요. 원래 타악 위주의 팀이었는데, 판소리와 피아노가 접목돼 월드뮤직으로 팀컬러가 변하게 됐어요.”(한승석)
가장 한국적인 음악 판소리와 가장 세계적인 악기 피아노가 얼싸 안았다. 명창 한승석(46·사진 오른쪽)과 피아니스트 정재일(32·왼쪽)이 앨범 <바리 어밴던드>를 내놓았다. 지난 10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한승석은 이 앨범을 “질주하는 판소리에 피아노라는 변속기어를 달았다”고 표현했다. “‘빨래2’를 들어보면, 순식간에 판소리에서 전조(조바꿈)가 이뤄지는데, 자동차로 치면 2단, 3단 변속기어가 착착 작동하는 것과 같죠. 조를 바꾸면 전통악기에서는 음정이 틀리게 되지만, 피아노에서는 그런 표현을 해낼 수 있어요. 판소리와 피아노가 만나 음악적 표현을 극대화한 것이죠. 판소리와 피아노의 완벽한 화학적 결합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인 한승석은 판소리는 물론 굿음악, 타악까지 섭렵한 전방위 국악인이다. 정재일은 대중음악, 영화, 뮤지컬을 아우르는 경계 없는 뮤지션이다. 두 사람은 2001년 국악밴드 ‘푸리’에서 만났다.
바리공주 설화를 모티브로 만든 이 앨범에는 여덟 곡, 11개 트랙이 담겨 있다. 극작가 배삼식이 쓴 가사에 한승석이 작곡과 노래를 맡고, 정재일이 편곡과 피아노·기타 연주를 더했다. 두 사람은 타이틀곡 ‘바리 어밴던드’와 함께 ‘없는 노래’, ‘빨래’, ‘아마, 아마, 메로 아마’를 추천곡으로 꼽았다. ‘없는 노래’는 오케스트라 편곡과 서정적인 멜로디로 팝음악의 색채가 강한 곡이고 ‘빨래’는 판소리 특유의 빠른 장단에 삶의 해학을 담았다.
“무엇보다 첫 곡 ‘바리 어밴던드’가 마음에 들어요. 판소리이면서도 현대적 감성이 녹아 있고, 버림과 버림을 극복하는 구원의 문제를 다룬 내용도 의미있어요.”(한승석) “저는 ‘없는 노래’가 좋아요. 한승석씨가 순식간에 곡을 만들었고 저도 선율을 듣자마자 자석처럼 편곡을 했어요. 오지 않는 것을 기다리는 것, 제 마음하고도 매우 잘 맞았어요.”(정재일)
특별히 눈에 띄는 곡은 ‘아마, 아마, 메로 아마’(엄마, 엄마 나의 엄마)다.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네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마덥쿠워’를 소재로 한 곡이다. 속도감 있는 노래와 함께 물밀듯 휘몰아치는 피아노가 압권이다.
한승석은 국악의 디엔에이를 갖고 태어났다. 수많은 명창을 배출한 전남 진도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장고채깨나 깎아 봤다.’ “명절 때는 장고 하나 메고 온 동네를 돌았어요. 1987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서는 선배 소개로 이애주 교수가 지도하는 춤 동아리에 들어갔고요. 1989년에는 김덕수 패의 이광수한테 사물을 배웠고, 명창 안숙선한테 판소리도 배웠습니다.”
타고난 디엔에이라면 정재일도 뒤지지 않는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초등학교 때는 메탈리카 같은 스래시 메탈에 심취했다. “중2 때 <강원도의 힘>, <이재수의 난> 등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원일씨를 만났어요. 그리고 그 팀에 편곡자, 연주자로 참여했습니다. 원일씨를 만나면서 전통음악이 너무 아름답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두 사람의 창조적 협업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정재일은 “이번은 시작일 뿐입니다. 2집, 3집이 될 수도 있고, 창극 등 다른 장르에서도 함께 작업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한승석은 내친김에 “대규모 오케스트라, 합창단과 함께 협연하는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씨제이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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