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시대’를 열쇳말로 내세운 ‘두산인문극장’의 연극 <배수의 고도>(위)는 ‘3.11 동일본 대지진’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사회 징후 읽는 ‘열쇳말’로
연극·강연·전시 병행 기획
올해 마지막 연극 ‘배수의 고도’
재난 그려 사회 부조리 꼬집고
한병철·최장집 등 강연도 주목
“다양한 형식으로 사회 조명
관객·창작자 모두에게 자극”
연극·강연·전시 병행 기획
올해 마지막 연극 ‘배수의 고도’
재난 그려 사회 부조리 꼬집고
한병철·최장집 등 강연도 주목
“다양한 형식으로 사회 조명
관객·창작자 모두에게 자극”
‘불신시대’를 열쇳말로 내세운 ‘두산인문극장’이 연극 <배수의 고도>를 마지막으로 올해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두산아트센터가 올리는 두산인문극장은 기획연극을 넘어 열쇳말을 통해 사회현상을 인문·사회과학적으로 종합접근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주목받아 왔다. 특히 연극 <배수의 고도>는 사회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연극뿐 아니라 함께 진행된 최장집, 한병철, 홍기빈 등의 초청강연과 전시 ‘숨을 참는 법’, 관련 영화상영도 호평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연상시킨 ‘불신시대’ 열쇳말 = 2007년 문을 연 두산아트센터는 해마다 상반기에 기획연극 시리즈를 올려왔다. 2009년 ‘과학연극’, 2010년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2011년과 2012년에는 ‘경계인’이 주제였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두산인문극장’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빅 히스토리’라는 열쇳말 아래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기획이었다. 연극과 함께 강연, 영화, 전시도 병행했다.
두산인문극장은 올해 ‘불신시대’를 열쇳말로 정했다. 우리사회의 신뢰가 극도로 낮다는 점에 착안했다. 종합프로그램이란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와 같지만, 좀더 직접적으로 사회현상 속으로 깊이 파고 든 것이다.
먼저 연극. <베키쇼>가 자본주의를 사는 인간군상의 불신문제를 다뤘다면, <엔론>은 자본의 폐해를 집중 부각했다. 3.11 동일본 대지진을 배경으로 한 <배수의 고도>(6월10일~7월5일)는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물을 등진 외로운 섬’이란 뜻의 <배수의 고도>는 국가와 자본이 통제하고 있는 일본의 문제와 함께, 사회약자 배려가 취약한 시스템과 환경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투명사회-불신사회’, 최장집 명예교수의 ‘민주주의와 그 불만’,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의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등의 강연과 전시회도 주목을 받았다. 두산아트센터는 <배수의 고도>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내년도 주제를 정하는 기획모임을 열 예정이다.
■전문가와 결합해 관객·창작자 모두 자극 = 사실 ‘불신시대’를 다양한 기획을 통해 보여주기에는 두산아트센터 문화사업팀의 힘만으로는 벅찼다. 이때 외부의 파트너 ‘문지문화원 사이’의 도움이 컸다.
두산인문극장 기획단계부터 참여했던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거쳤다. 문지 쪽에서 1차로 키워드를 선정해 두산의 동의를 얻어 강연프로그램을 잡았다. 개별연극의 한계를 넘어 여러 분야 작업들을 묶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전체를 보여주는 데 이 프로그램의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주 대표는 특히 “관객 뿐 아니라 창작자에게도 연극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대적 의미나 담론 등 외부의 자극을 제공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연극인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공재민 서울연극협회 사무처장은 “현재의 트렌드가 특정한 세부적 방향으로만 흐르는게 아니라서, 다양하게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두산인문극장과 같은) 방식은 매우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연극, 전시, 강연, 영화를 아우르는 종합프로그램으로서 새 지평을 보여준 두산인문극장이 기획연극을 상시 제작하는 제작극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독일의 도이체스 테아터와 함께 유럽의 대표적 제작극장인 영국의 로열코트 극장은 제작과정에 사회학자를 참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지난 3월24일 두산인문극장 강연프그램에서 한병철 교수가 ‘피로사회-투명사회-불신사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두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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