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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양반다리 색소폰 강태환 ‘소리의 자유’ 좇아 70년

등록 2014-07-03 18:57수정 2014-07-03 20:41

세계 3대 프리뮤직 색소폰 연주자로 불리는 강태환이 오는 15~16일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서 영혼을 울리는 연주와 함께 처음으로 대중에게 그의 예술관을 들려준다. 노승환 사진작가 제공
세계 3대 프리뮤직 색소폰 연주자로 불리는 강태환이 오는 15~16일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서 영혼을 울리는 연주와 함께 처음으로 대중에게 그의 예술관을 들려준다. 노승환 사진작가 제공
계룡산서 소리 닦던 16살 소년
리듬 존재 않는듯한 즉흥연주
세계3대 프리뮤직 대가 ‘우뚝’
“새로움·호감이 내 음악 양날개”
15·16일 예술인생 풀이 첫 자리
서울예고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던 열여섯살 소년은 선생님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혀를 리드에 치는 텅잉(Tunging)이 고르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질책을 받아들일 수 없던 그는 스승을 능가하는 연주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텐트와 배낭을 챙기고 손에는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들었다. 그리고 계룡산으로 들어갔다. 몇 개월씩 입산과 하산을 반복하며 연습을 거듭했다. 강태환의 ‘소리’에 대한 집념이 엿보이는 일화다.

이제 일흔살 강태환은 세계 3대 프리뮤직 색소폰 연주자로 불린다. 독창적인 주법과 영혼을 울리는 그의 알토 색소폰은 이미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들었다. 20대엔 ‘먹기 살기 위해’ 클럽도 나갔었다. 40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색소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양반다리’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예술관을 얘기한다. 이달 15~16일 오르는 ‘마지막 마스터’ 무대에서다. 이 공연은 4~26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우리음악축제 ‘여우락 페스티벌’ 이 마련한 다양한 무대 가운데 하나다.

공연을 앞둔 지난 1일 강태환의 ‘영혼을 울리는 예술세계’를 미리 들어봤다. 그는 ‘새로움과 호감이 내 예술의 양 날개’라고 말한다. 독창성을 지키면서도 대중에게서 멀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가는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고, 그 새로움에는 호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면 자칫 기술적인 부분에 치우치기 쉽고, 또 호감만 있는 예술이라면 구태의연해질 뿐이다. 그래서 항시 새롭고 호감 있는 창작에 열중해야 한다.”

그런데 강태환이 세계 3대 연주자 반열에 오른 ‘프리뮤직’은 뭘까? 사람들은 “강태환은 몇 분 동안이나 쉬지 않고 같은 음을 내거나, 색소폰으로 괴상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프리뮤직을 ‘즉흥연주’로 풀어 설명한다.

“재즈에도 즉흥이 있지만 그것은 계획된 즉흥이다. 프리재즈는 화성과 멜로디를 좀 더 확장시키는 부분은 있지만 역시 흑인음악 리듬인 스윙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프리뮤직은 리듬까지도 확장 또는 단축하는, 마치 리듬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연주자의 자유의지가 강한 음악이다.”

그의 주법을 얘기할 때 흔히 ‘순환호흡’을 얘기한다. 숨을 쉬지 않고 긴 시간을 연주하기 때문에 대중들이 보기엔 신기하지만, 케니 지 등 수많은 연주자가 구사한다. 강태환과 함께 세계 3대 프리뮤직 색소폰 연주자로 꼽히는 영국의 에반 파커, 미국의 네드 로덴버그도 순환호흡 주법을 들려준다.

하지만 강태환이 구사하는 고도의 테크닉은 따로 있다. 멀티 포닉(색소폰에서 두 가지 이상의 화음을 내는 것), 오버톤(옥타브 위의 음을 동시에 구사하는 주법), 더블 텅잉, 슬랩 텅잉 등이다. 그리고 마이크로톤(미분음)이라고 하여, 피아노에는 없는 음, 반에 반음을 색소폰 연주를 통해 구사한다. 그 뒤엔 피나는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는 아무리 아파도 절대 연습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겐 저작권이 있는 음반이 없다. 해외에서 낸 것들은 프로듀서가 따로 있고, 국내 음반도 본인이 직접 기획한 음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태환의 음악인생이 온전히 녹아든 음반은 있다. 2011년에 낸 <소래화>(素來花)는 모든 곡을 솔로연주로 구성했다. 20년을 넘게 수정하며 완성한 곡들이 있을 정도로 강태환의 음악을 집대성한 것이다. 이 음반은 2013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 크로스오버 최우수 연주상을 받았다.

강태환은 이번 ‘마지막 마스터’ 무대에서 솔로곡 ‘소래화 이후’, ‘엔젤스 혼 파트2’, ‘오만’을 연주한다. 강권순(정가), 박우재(거문고)와 협연도 이어진다. 4일 개막하는 ‘여우락 페스티벌’에는 강태환과 함께 양방언, 노름마치, 한승석·정재일, 최희선, 강은일 등 정상급 연주자들의 무대가 풍성하게 마련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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