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타 아사야
19년만에 ‘거짓말쟁이…’ 다시 올려
“일 미래 위해서라도 진실 밝혀야
도쿄 공연땐 우익 테러위협 시달려”
“일 미래 위해서라도 진실 밝혀야
도쿄 공연땐 우익 테러위협 시달려”
“(위안부 동원은) 국가의 명령이고, 덴노헤카(천황)의 명령이다.”
일본군은 위안부 영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면서 단언한다. 하지만 무대 배경에는 ‘위안부를 강제 동원하지 않았다’는 일본 신문기사들이 병풍처럼 서있다. 일본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흰 저고리 검은 치마도 공중에 걸려있다. 허공에 뜬 옷을 통해 거짓말은 일본이 하고 있지만, 진실을 말하는 영자가 되레 거짓말쟁이로 내몰린 기막힌 현실을 은유한다.
2일 막오른 연극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는 위안부 강제동원의 국가개입을 부인하는 일본 우익세력을 향한 외침이다. 작가이자 연출자인 후지타 아사야(80·사진)가 1995년 초연 이래 19년 만에 이 연극을 다시 올린 이유다.
지난 4일 <한겨레>와 만난 후지타는 “일본인인 내가 왜 이런 연극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알리고 싶었다.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밝혀놓지 않으면 일본에도 결코 밝은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쟁을 직접 지켜본 세대인 그의 말에서 ‘일본의 전쟁범죄가 영원히 은폐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특히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일본군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하는 등 극우로 치닫는 최근 아베 정부에 대해 “아베 총리에 분명하게 반대하고 한국과 긴밀한 우호관계를 다지고 싶다”고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전범인 기시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가 집권한 상황을 두고 “마치 화약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후지타는 일본연출가협회장을 지내고 현재 국제청소년극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인 1945년에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하는 것을 직접 지켜봤다. “사실 아키히토 일왕과는 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학년이었다. 사람끼리 교류하는 공통점을 일왕에게서는 전혀 못 느끼는 게 안타깝다.”
그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잡지 기사와 책 등을 통해 당시 우경화로 치닫는 나카소네 정부의 문제점을 인식한 것이다. 함께 자리한 연극 제작자 사토 가이치(81) 대표는 교과서 왜곡 때문에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중학 교과서에 위안부 문제가 게재됐다가 다시 삭제된 적이 있다. 내가 1933년생인데 어린 시절 전쟁 기간에 직접 본 것을 젊은이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그래서 꼭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후지타와 사토는 19년 전 도쿄공연 때 일본 우익으로부터 테러위협을 받았다. “우익들이 전화로 협박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면서 공연했다. 내년(2015년) 일본 공연에는 방탄조끼를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극 <거짓말쟁이 여자, 영자>는 위안부 강제동원의 등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일본과 중국, 대만, 필리핀, 유럽 공연도 추진한다. 연극 내용이 아직 19년 전에 그대로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연출가 후지타는 “연극은 역시 시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시대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날마다 변화하도록 바꿔나가겠다”고 다짐했다. 20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070)4066-240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문화진흥아카데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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