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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임헌정의 말러, 이번엔 어떻게 세상과 이별할까

등록 2014-07-10 19:05수정 2014-07-10 20:45

‘말러 신드롬’의 주역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임헌정 예술감독. 25년 동안 몸담았던 부천필을 떠나 코리안심포니로 옮긴 그는 “말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듣는 이에게 상상력과 판타지를 심어준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말러 신드롬’의 주역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임헌정 예술감독. 25년 동안 몸담았던 부천필을 떠나 코리안심포니로 옮긴 그는 “말러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듣는 이에게 상상력과 판타지를 심어준다”고 말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지휘자
코리안심포니와 9번 교향곡 준비
“먼지 사라지듯 인생의 끝을 노래
기술적으로도 가장 어려워…
집에선 음악 안 듣고 악보 읽는다”
말러는 말러로되, 그때 그 말러는 아니다. “악보는 볼 때마다 새롭다. 여러 번 연주했지만 이번 말러 연주도 새롭게 해석할 것이다. 새로움이 없다면 죽은 것이다.”

‘말러 신드롬’의 주역 임헌정(62)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19일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로 유명한 지휘자 임헌정은 올해 1월, 25년 동안 몸담았던 부천필을 떠나 코리안심포니로 옮겼다. 9일 그를 만났다.

왜 말러 9번인가? “사람들이 임헌정 하면, 말러를 기대하기 때문에 말러를 선택했다. 9번은 이 세상과 이별하는 노래다. 먼지처럼 사라지는 인생의 마지막 노래다. 이 곡은 기술적으로도 가장 어렵다.”

작곡가에게 9번은 특별한 의미다. 임헌정은 지난달 19일 코리안심포니 취임연주 때도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을 들려줬다. 음악사상 여러 작곡가가 교향곡 9번을 끝으로 세상을 떴다. 베토벤, 슈베르트, 드보르자크와 브루크너는 모두 9번을 완성하거나 미완성인 채로 숨을 거뒀다. 말러도 9번에 이어 10번을 매듭짓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했다.

임헌정은 미간을 좁히며 말러 9번을 설명했다. “밤~빰!” 입으로 관악기 소리도 냈다. “1악장 맨 처음 모티브는 불규칙한 리듬이다. 말러는 심장병을 앓았다. 심장이 뚝 멈추듯 단절되고, 그러다 막혔던 심장이 탁 터지는듯한다. 이어 죽음의 예고편이 흐른다. 2, 3악장은 춤곡. 회오리처럼 정신없이 사는 인간의 모습이다.”

지휘할 때처럼 임헌정의 손이 허공을 어루만졌다. “그 다음 4악장은 이 세상과의 이별이다. 처음엔 절규. 예수가 하느님한테 ‘왜 내게 이런 고통을 주십니까’라고 대들지만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며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어 찬송가. 이 장면에서 단원들은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드라마를 표현해야 연주자도 몰입하고 관객도 감동한다. 끝 부분은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인간이 먼지처럼 사라지듯한 연주가 5분간 이어진다. 9번의 백미다.”

사람들이 말러에 열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말러는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듣는 이에게 상상력과 판타지를 심어준다. 그만큼 마니아층도 두텁다. ”

사랑과 구원을 갈구한 말러의 삶은 역설적으로 매우 불행했다. 신경과민증에다 아내는 바람이 났고 어린 자녀는 병으로 세상을 떴다. 그래서인지 말러의 교향곡은 극과 극을 달린다. 로맨틱하다가도 갑자기 광포해진다. “말러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고 어머니는 늘 따뜻했다. 절규하는 음악이 나올 때는 아버지고 따뜻한 선율이 나올 때는 어머니다. 유대인인 그는 스스로 고향이 없다고 했다. 말러는 ‘뿌리 없이 떠도는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다.”

임헌정은 잘츠부르크 호숫가에 있는 말러의 방을 서너번 찾았다. 말러가 숨 쉬었던 공기를 마시며 그의 삶과 음악세계로 다가서기 위해서다. 임헌정은 집에서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 오디오도 없고 작은 시디플레이어만 있다. 대신 악보를 읽는다. “오선지를 보며 작곡가가 ‘왜 여기서 한 박자 쉬었을까, 잘 안 되니까 힘들어서 펜대를 잠시 놓은걸까’ 라고 감정입을 한다.”

그는 9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10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올린다. 그래서 요즘 철학책을 본다. 올해 하반기부터 브루크너 전곡시리즈에 도전한다. 11월 교향곡 7번을 시작으로, 내년 12월엔 8번, 2016년 12월엔 9번을 마지막으로 브루크너 전곡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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