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준면.
싱어송라이터 된 배우 박준면
“가면 쓰는 배우와 가수는 정반대
진짜 내 목소리로 노래 어려웠다”
블루스 색채에 포크·팝 느낌 독특
고경천 프로듀싱·김남윤 믹싱…
올 상반기 주목할만한 앨범 꼽혀
“가면 쓰는 배우와 가수는 정반대
진짜 내 목소리로 노래 어려웠다”
블루스 색채에 포크·팝 느낌 독특
고경천 프로듀싱·김남윤 믹싱…
올 상반기 주목할만한 앨범 꼽혀
박준면은 올해로 20년차 배우다. 고3 때인 1994년 연극 <노부인의 방문>으로 데뷔했고, 이듬해 <명성황후>로 뮤지컬계에 발을 들였다. 20년간 뮤지컬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드라마 <아현동 마님>, 영화 <하모니> 등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조연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20년차 배우가 신인 가수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자신의 첫 앨범 <아무도 없는 방>을 발표한 것이다. 뮤지컬 배우가 낸 앨범이라 해서 유명 뮤지컬 넘버나 가요·팝 리메이크 곡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직접 작사·작곡한 9곡을 꾹꾹 눌러담은 앨범은 전문 음악인의 앨범들 사이에서도 단연 빛난다. 평단에서도 올 상반기 주목할 만한 앨범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빼어난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시작은 단순하고 소박했다. 2012년 초 가수 강산에가 술집에서 말했다. “너도 곡 한 번 써봐.” 어릴 적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피아노도 독학으로 익힌 그였지만, 노래를 만들어볼 생각은 미처 못했었다. 강산에의 제안에 ‘낮술’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재밌었다. 계속 노래를 만들어나갔다. 그게 쌓이다 보니 음반을 내기까지 이르렀다.
그의 음악은 장르를 종잡기 힘들다. 타이틀곡 ‘우산은 하나’처럼 전반적으로 블루스 색채가 강하면서도 포크, 팝 등 여러 경계에 걸쳐 있다. “저는 곡의 형식, 장르 이런 걸 몰라요. 그냥 마음가는 대로 썼죠. 2012년은 유독 힘든 시기였어요. 배우로도 잘 안 풀리고, 돈도 없고, 연애도 잘 안되던 시절, 노래를 만들며 위안과 치유를 받았어요.”
그렇게 만든 곡에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혀준 건 술친구로 만난 음악인 동료들이다. 홍대앞에서 전방위로 활동하는 건반 연주자 고경천이 프로듀싱을 맡았고, 김홍갑(기타), 민재현(베이스), 이기태(드럼) 등이 연주를 도왔다.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김남윤이 믹싱과 마스터링을 했다.
곡의 독창적 만듦새도 놀랍지만, 담담하고 절제하는 창법 또한 뜻밖이다. 뮤지컬에서 주로 내지르는 창법을 선보여온 박준면의 새로운 발견이다. “센 캐릭터의 조연을 맡다 보니 과장해야 했어요. 하지만 앨범에선 제 진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전과 달리 나를 비우고 덜어내야 했는데,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녹음하다 잘 안돼서 중단하고 두 달을 쉬었다가 녹음을 재개하기도 했죠.”
그는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는 늘 나를 숨기고 가면을 써야 하는 존재예요. 그런데 음반에선 나를 온전히 드러내야 하죠. 옷을 하나도 안 걸친 기분도 드는데, 그래서 매력적이에요. 이번에 음반을 내면서 음악과 연기 모두 완벽히 해내는 김창완 선생님을 롤모델로 삼게 됐어요. 꼭 뵙고 싶어요.”
박준면은 오는 18일 저녁 8시 서울 홍대앞 클럽 오뙤르에서 생애 첫 콘서트를 한다. “내가 음악인이 됐다는 게 아직도 실감 안 나는데, 공연하고 나면 실감이 좀 날까요?” 그는 ‘싱어송라이터’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어쨌거나 우리 대중음악계는 좋은 싱어송라이터 하나를 얻었다. 공연 문의 (02)2644-431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칠리뮤직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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