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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공간사랑’ 7080 춤꾼들…‘2014 춤판의 틀을 깨라’

등록 2014-07-23 18:47수정 2014-07-23 20:41

1970~80년대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춤을 선보였던 한국 현대무용 1세대 춤꾼 안신희(왼쪽부터), 이정희, 남정호. 이들은 오는 25, 26일 한국현대무용의 실험정신 회복을 고민하는 <우회공간> 무대에 선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1970~80년대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춤을 선보였던 한국 현대무용 1세대 춤꾼 안신희(왼쪽부터), 이정희, 남정호. 이들은 오는 25, 26일 한국현대무용의 실험정신 회복을 고민하는 <우회공간> 무대에 선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토론 함께하는 공연 ‘우회공간’
이정희·남정호·안신희 파격적 춤
국립현대무용단, 재조명 판 마련
“테크닉 위주 획일적 교육이 문제”
현대무용 실험정신 되찾기 나서
머리는 옛 춤을 잊었지만, 몸은 춤을 기억한다. 한국현대무용 1세대 춤꾼 이정희(67), 남정호(62), 안신희(57)가 1970~80년대를 호명한다. 당시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췄던 춤이 줄줄이 소환된다.

검은 옷에 머리를 풀어헤친 춤꾼이 괴기스럽다. 얼굴을 덮은 머리카락 사이로 갑자기 손이 쑥 나온다. 내면의 깊은 어두움이 객석을 습격한다. (이정희 <검은 영혼의 노래>) 다른 춤꾼은 대각선을 오가는 동선을 반복한다. 하지만 하나의 동선이 여러 개의 동작으로 무궁무진하게 ‘재창조’된다. (남정호 <대각선>) 그런가 하면 의자를 애인처럼 어루만지고 기댔다가 획 던진다. 사물과 내밀한 ‘밀당’을 벌이는 소통의 실험이다. (안신희 <교감>)

30년이 지난 지금 봐도 파격적이고 실험적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저 1세대 춤꾼의 치열한 실험정신을 왜 요즘 춤판에선 보기 힘들까? ‘7080춤꾼들’이 ‘공간사랑’을 호명한 것처럼, 2014년 춤판이 그 실험정신을 호명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멍석을 깔았다. 바로 25, 26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우회공간>이다. ‘공간사랑’의 실험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춤판과 토론이 함께하는 ‘렉처 퍼포먼스’를 택했다.

■작가주의 현대춤의 산실 ‘공간사랑’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 사옥에 들어선 소극장 ‘공간사랑’은 당대 지식인, 예술인의 사랑방이었다. 한국건축에 큰 발자취를 남긴 김수근이 만든 이 공간에는 전통음악, 재즈, 시와 연극, 굿 등 실험적 무대가 넘쳤다. 비주류와 신인에게도 열린 공간이었다. 현대무용도 이곳에서 대중과 만났다.

<우회공간> 공연을 앞둔 22일, 공개리허설에서 남정호는 가로로 열 걸음, 세로로 일곱 걸음을 걸었다. 유학에서 돌아온 그가 섰던 ‘공간사랑’이 그만큼 작았다는 것이다. 땀방울과 숨결을 느끼게 하는 소극장은 관객과 호흡하고 교감하게 했다.

1977년 공간사랑이 공식개관하기 1년 전, <실내>를 무대에 올렸던 이정희의 기억은 아직 또렷하다. “공간사랑 이전에는 소극장운동이라는 게 없었어요. 무용은 그냥 대극장에서 거대한 테크닉에 의해 만들어졌어요. 공간사랑 이후에 비로소 음악, 영화 등 예술가의 공동작업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춤이 타 장르와 만나, 작가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된 것이지요.”

안신희는 “<지열>이라는 작품을 올릴 때 색소포니스트 강태환이 만든 음악을 가지고 춤을 췄어요. 색소폰과 타악기 등이 내뿜는 강렬한 음악이 내 춤을 잘 표현했어요”라고 했다. 소극장의 장점을 살린 ‘공간사랑’이 장르융합의 창작산실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간사랑’에서 다시 묻는 실험정신

하지만 그 실험정신이 오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리가 ‘공간사랑’을 기억하는 이유는 ‘2014년 오늘’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우회공간>의 방혜진 연출은 ‘그때의 실험정신이 왜 지금 퇴색했느냐’ 라고 묻는다. ‘무용과가 많기로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한국에서 무용교육은 테크닉 위주의 획일적 시스템에 갇혀있다. 그것이 작가정신을 길러내는 데 장애가 됐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흔히 동시대성이라고 부르는 ‘컨템퍼러리 댄스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모던 댄스는 테크닉을 목적으로 정형화된 주체의 무용이고, 컨템퍼러리 댄스는 지리·역사·문화적인 것을 떠나 개별적인 신체의 탐색이라고 해요.”(남정호) “컨템퍼러리와 모던을 구분하는 자체가 컨템퍼러리 시대에 어색합니다.”(안신희) “젊고 독립적인 춤꾼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아주 허약합니다. 한국의 컨템퍼러리가 발전하지는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이정희)

<우회공간>은 현대무용이 실험정신을 되찾도록, 논쟁에 불을 댕기기 위해 기획됐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공간사랑 프로젝트’를 두 차례 더 진행한다. 다음달 31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젊은 안무가들의 무대 <여전히 안무다>를 올리고, 10~11월에는 사진·영상자료를 볼 수 있는 <결정적 순간들>이 예정됐다. (02)3472-142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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