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춤꾼 벨렌 카바네스가 지난 24일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 개막공연에서 캐스터네츠로 기타 5중주와 협연하고 있다. 뒤쪽은 중국 출신 기타리스트 양쉐페이(수페이 양).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음악제 달군 스페인 춤꾼 카바네스
천수관음보살 같은 손놀림 연주·춤
정명화·정경화 등 객석 기립박수
천수관음보살 같은 손놀림 연주·춤
정명화·정경화 등 객석 기립박수
기타 5중주 연주 도중 무대에 그림자가 등장했다. 검은 드레스, 검은 구두의 춤꾼은 바이올린 주자의 등을 애무하듯 스쳐갔다. 갑자기 캐스터네츠가 경쾌하게 울렸다. 아니, 학예발표회도 아니고 국제음악제에 캐스터네츠라니. 그런데 연주가 눈부시다. 천수관음보살의 손처럼 팔이 위아래 옆, 전방위로 허공을 휘저었다. 팔을 통과한 리듬은 손가락 끝에서 격렬하게 요동쳤다. 스페인 춤꾼 벨렌 카바네스(45)가 캐스터네츠로 기타 5중주와 ‘협연’하고 있었다. 캐스터네츠는 중국 출신의 세계적 기타리스트 양쉐페이(수페이 양·37)의 선율과 가쁜 호흡을 주고받았다. 카바네스의 발놀림, 손놀림이 점점 빨라졌다. 마지막으로 두 발을 쾅쾅! 두 손끝을 딱딱!
정명화, 정경화 예술감독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객석 곳곳에서 “브라보!” 함성이 울렸다. 지난 24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7월15일~8월5일) 저명연주가 시리즈 개막공연에서 보케리니 작곡의 기타 5중주 협연 장면이다. 25일 그를 만났다.
지중해에서 온 정열의 캐스터네츠는 올해 이 음악제의 슬로건 ‘오 솔레 미오’와 딱 들어맞았다. 하지만 카바네스는 의외로 진지한 고음악을 좋아했다. “피아노, 첼로와 함께 캐스터네츠 3중주를 종종 연주한다. 특히 바흐 등의 바로크음악은 캐스터네츠와 협연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물론 바로크에서부터 클래식 전반의 실내악 모두를 연주하고 있다.” 그는 또 “같은 카탈루냐 출신인 조르디 사발의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기회가 닿는다면 같은 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정열적인 캐스터네츠와 함께 선보인 그의 춤이 으레 플라멩코이겠거니 했다. 그 춤은 안달루시아 지역의 집시음악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가 추는 춤은 꼭 플라멩코는 아니다. 고전발레와 컨템퍼러리 무용 기술도 함께 사용한다. 또 꼭 춤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여러 장르를 아우른 퍼포먼스로 봐야 한다.”
그의 손동작은 마치 천수관음보살의 손동작을 떠올리게 했다. 천수관음의 사진을 보여주자 그는 무척 흥미로워했다. 카바네스는 흰색과 붉은색 등 여러 종류의 캐스터네츠를 들어 보였다. 캐스터네츠는 고대 이집트에 기원을 둔 타악기다.
카바네스가 선보인 ‘신들린’ 캐스터네츠 연주와 춤은 계속된다. 30일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스페인의 밤’ 무대에서 여러 곡의 춤과 연주를 뽐낸다. ‘찾아가는 저명연주가 시리즈’로 25일 양양, 26일 삼척에 이어 31일 강릉 무대에도 선다.
벨렌 카바네스는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왕립 음악무용원에서 로사 가르시아와 엔리케 부르고스를 사사했다. 그녀는 기타리스트 빅토르 발스와 함께 협연했고, 발레단과도 공연했다. 자신이 창단한 플라멩코 카메라타 무용단 및 전설적인 캐스터네츠 연주가 호세 데 우다에타와 세계 순회공연을 했으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무대에 자주 오른다. 일곱살 아이의 엄마인 그는 2003년부터 바르셀로나연극원 스페인무용학과장으로 있다. 유튜브에서 이름(Belen Cabanes)을 치면 동영상으로 춤과 연주를 볼 수 있다.
대관령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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