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산>(연출 김서진) 사진 ‘더 광대’ 제공
연희집단 ‘더 광대’의 ‘걸어산’
현대 극에 전통음악·춤 녹여내
현대 극에 전통음악·춤 녹여내
“걸어다니는 산이 봄꽃을 만나 유혹당하고, 여름 소낙비를 맞아 쑥쑥 자라고, 가을 단풍과 함께 춤추고, 겨울나무를 위해 노래하더라.”
만약 산이 걸어다닌다면?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극이 있다. 연희집단 ‘더(The) 광대’가 올리는 <걸어산>(연출 김서진)에서는 한국 산의 사계절이 무대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다. <걸어산>은 경남 고성 거류산의 전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옛날 어떤 할머니가 저녁밥을 짓다가 밖을 보니 산이 하나 걸어가고 있어 ‘게 섰거라’ 하고 소리치자, 지금의 거류산 자리에 멈췄다고 한다. 이 작품은 이달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간 국립극장 케이비(KB)청소년하늘극장 무대에 오른다.
<걸어산>은 걸어다니는 산이 만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을 통해, 전통연희와 현대적인 예술을 동시에 보여줄 참이다.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 다시 찾아온 <걸어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산의 종류가 늘고 규모도 커졌다는 점이다. 눈 덮인 설산, 호수가 있는 우물산, 둥그런 돌산, 봉우리가 많은 일천이백봉이 그렇다. 그런데 왜 일천이백봉인지 궁금하다. 대답은 ‘금강산처럼 일만이천봉을 표현하려니 벅차서’란다. 음악도 걸립패와 남사당패의 놀이인 판굿 위주에서 올해에는 무속음악으로 범위를 넓혔다. 피리, 태평소, 양금 등의 악기를 추가하고, ‘산부르미’라 부르는 악사 3명의 즉흥 연주도 선보인다.
연희집단 ‘더 광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출신과 고성 오광대, 남해안 별신굿, 남사당놀이 등 무형문화재 이수자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춤, 음악, 기예, 재담, 소리 등 다양한 전통연희를 바탕으로 현대적 창작 연희를 만드는 ‘전통연희프리즘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현대적인 극 구조 속에서 전통음악이나 춤을 녹여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하는 것이다. ‘더 광대’가 지난해 올린 광대 재담극 <자라>는 전통연희창작공모에서 대상을 받았고, <걸어산>은 2014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070)7695-9770.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더 광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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