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박물관 ‘서소문·동소문 별곡’
순교성인 처형된 서소문
박해 거쳐 교단 자리잡는 과정 전시
뮈텔 주교 소장한 문서들 눈길
최초 수도원 있던 동소문
경북 왜관 이전까지 변천상 담아
수도사들 소장자료·생활 유물
순교성인 처형된 서소문
박해 거쳐 교단 자리잡는 과정 전시
뮈텔 주교 소장한 문서들 눈길
최초 수도원 있던 동소문
경북 왜관 이전까지 변천상 담아
수도사들 소장자료·생활 유물
‘두개의 문을 잊지 말라!’
천주교 전래 230돌,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는 지금은 사라진 두개의 문을 주목한다. 서울 성곽에 있던 서소문과 동소문이다. 1392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성을 개창한 이래 서울 외곽 서남쪽과 동북쪽 길목이던 두 문은 천주교 신앙의 씨앗을 흩뿌린 본산과도 같다. 한강으로 흐르는 지천변 계곡의 평지였던 서소문 일대는 19세기 숱한 신자들이 처형됐던 땅이다. 103위 성인 중 44위가 순교했고, 교황 방한 때 복자로 올릴 124위 중 27위 또한 여기서 숨을 거뒀다. 오늘날 혜화동인 동소문 일대는 서양 성직자들이 처음 수도원을 세웠던 본거지였다.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8일 개막한 ‘서소문·동소문 별곡’ 전은 이 두 문에 얽힌 신앙의 공간사를 탐구한다. 두개의 문 주위에서 펼쳐진 근대기 천주교의 파란만장한 공간 역사를 처음 다양한 유물과 자료들을 통해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의 전교 활동이 역사도시 서울의 생활 공간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짚어준다. 서울의 근대공간사에서 서소문, 동소문이 후대 큰 유통시장이자 학교촌으로 구실한 것은 기실 천주교 전래사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 까닭이다. 강홍빈 관장은 “교회사와 도시사, 역사지리학의 여러 성과들을 공간 중심으로 두루 아울렀다”며 “서울 공간의 역사를 통해 서소문과 동소문을 살펴보니 천주교와 깊은 연관을 가지며 변천했음을 알게됐고, 교황 방한까지 겹쳐 천주교 관련 대형 기획전으로 덩치를 키우게 됐다”고 설명한다.
전시장은 한쪽에 ‘서소문 별곡’, 다른 한쪽에 ‘동소문 별곡’이란 두 개 영역이 마주보듯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본 전시는 ‘서소문 별곡’ 쪽이다. 19세기 초중반 박해시기 많은 순교성인이 처형된 서소문을 배경으로 천주교의 전래부터 박해를 거쳐 선교의 자유를 얻으며 교단이 자리잡는 과정을 조망한다. ‘동소문 별곡’은 국내 최초의 수도원으로 훗날 덕원, 왜관으로 옮겨간 ‘백동수도원’이 19세기말 혜화동 일대에 자리잡고 이전하기까지의 변천상과 발자취를 수도사들의 소장 자료와 생활·교육 유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서소문 별곡’전에서는 구한말, 일제강점기 조선교구장을 지내며 삼십여년간 일기를 썼던 뮈텔 주교의 컬렉션을 주목해야한다. 그가 소장했던 당시의 각종 행사 초대장과 식당메뉴차림 등 방대한 문서자료 상당수가 처음 일반에 선보이고 있다.
1895년 5월 창덕궁 후원에서 열린 독립기념경축연회 초대장, 옛 한글고어체로 쓴 1897년 독립협회의 대한제국수립경축행사 초대장, 1899년 전차개통식 초대장, 1905년 경부철도 개통식 초대장, 1906년 이토 통감 취임식 초대장, 1907년 순종 결혼식 초대장 등 보존상태 생생한 각종 초대장 문구들이 그 시절 일상 속으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초대장 옆에 당시 정황을 설명한 뮈텔의 일기 내용이 함께 실려 이해를 돕는다.
천주교 전래의 역사도 체계적으로 전시동선을 짠 것이 특징이다. 1779년 한국 천주교 자생 신앙의 태반이 된 지식인 모임 ‘주어사 강학’을 비롯해 신유박해(1801년), 병인박해(1866년) 등 100여년 간의 대박해 시대를 증거하는 순교자, 신자들의 관련 유물들이 나왔다. 사실상 처음 실견하게 되는 당대 지식인 신자들의 필적과 관련 유품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정약용 조카사위 황사영이 비단에 1만 3311자의 한자로 정갈하게 써서 신유박해의 전말과 대응책을 중국의 구베아 주교에게 전한 백서가 단연 눈대목이다.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의 유골함,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경천’ 글씨, 천주교신도회장을 지낸 정약종이 쓴 한글 교리서, 백동수도원 당시 썼던 제단대, 독일 수도사들이 수집한 겸재 정선의 그림첩과 각종 민속수집자료 등도 눈을 떼기 힘들다. 10월31일까지. (02)724-0274~6.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대한제국수립경축행사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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