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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기적같이 복원된 심곡사 불감의 울림

등록 2014-08-14 19:31

심곡사 칠층석탑 안에서 발견된 조선 초기의 걸작인 아미타삼존불상과 심곡사 칠층석탑 불감의 또다른 걸작인 부조된 아미타설법도.   도판 국립전주박물관 제공
심곡사 칠층석탑 안에서 발견된 조선 초기의 걸작인 아미타삼존불상과 심곡사 칠층석탑 불감의 또다른 걸작인 부조된 아미타설법도. 도판 국립전주박물관 제공
국립전주박물관 희귀불감 등 전시
우리 불교미술은 500~600년 전 고려말 조선초가 ‘블랙홀’이다. 흔히 ‘여말선초’라고도 하는데, 통일신라보다 아는 게 더 적다고 할 만큼 실체가 모호한 시대로 알려져 있다.

사실 여말선초는 혁명시대다. 불교 권문세족들의 고려가 정도전 등에 의해 유교국가인 조선왕조로 체제가 싹 바뀐다. 문화적으로는 서역, 유럽과 왕래가 잦았던 원대 몽골제국과 고려 사이에 교류가 한창 축적돼 있었다. 다양한 양식의 서역과 중국 불상, 불화, 불구 등이 물밀듯 들어왔다. 선초까지 서역과 중국 양식을 녹여낸 불상과 불화, 공예품들이 다수 제작됐을 것으로 보지만, 대부분 후대에 사라진다. 건국 초기 숭유억불 분위기 속에서 유생들이 불교유산 훼손을 자행했고, 왜구도 노략질에 가세했다. 100여년 뒤 임진왜란에 따른 멸실과 약탈이 다시 일어나니 선초 이 땅의 불교예술품들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는다.

2014년은 그래서 특별하다. 보기 힘들고 찾기 힘든 선초 불교유산의 숨어 있던 걸작을 다시 만나게 된 해다. 올봄 전북 익산 미륵산 심곡사의 조선초 칠층석탑 안에서 14세기 아미타삼존불상과 불감(불상을 봉안하기 위한 일종의 휴대용 용기)을 비롯한 국보급 문화재들이 줄줄이 나왔다. 불감은 탑 속 사리 구멍 속의 흙, 먼지 더미 속에 파편과 함께 방치됐던 것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첨단 과학의 힘으로 복원해냈다.

특히 부처의 작은 집 불감은 국내에 전하는 것이 전남 순천 송광사 불감 등 극히 일부밖에 없었다. 그런데 심곡사 탑 안에서 부서진 채 나온 불감은 기적적으로 복원된데다, 기법이나 만듦새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심곡사 탑에서 나온 불상과 불감 등의 사리장엄구(부처·고승의 사리를 넣고 장식하는 각종 불교기물들)가 6월 중순부터 두달여간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장엄과 공덕’ 주제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탑에서 수습된 불상들, 불감, 백자사리호 등과 더불어 송광사 금동불감을 비롯한 국내 다른 희귀불감들이 함께 나와 심곡사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기법보다 중요한 건 느낌이다. 불감 안에 선을 새겨 그린 아미타설법도를 보는 건 그 시대 중생들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감동이다. 당대 중생의 절규를 담은 듯한 승려, 나한상 얼굴은 지금 서민 얼굴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삼존불 보살상들은 원대 라마불상의 영향을 받았다. 유려한 몸체 곡선과 복잡한 장신구들을 걸친 것이 특징인데, 통일신라 고전기 불상과는 품이 한참 다르다. 애호가들의 필수 순례처로 입소문난 전시다. 24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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