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록밴드 아시안 체어샷
한국적 록 잇는 ‘아시안 체어샷’
원초적 록에 몽환적 사이키델릭
우리만의 감성 더해 독특한 색깔
‘스매싱 펌프킨스’ 멤버 제작맡아
원초적 록에 몽환적 사이키델릭
우리만의 감성 더해 독특한 색깔
‘스매싱 펌프킨스’ 멤버 제작맡아
프로레슬링에 ‘체어샷’이라는 용어가 있다. 의자로 상대방을 후려갈기는 반칙 기술이다. ‘아시안체어샷’이라는 3인조 록 밴드가 있다. 의자로 누굴 때리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우리가 서양 악기로 서양 음악을 하면 서양 친구들에게 질 수밖에 없어요. 연주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확실히 그들만의 ‘필’이 있으니까요. 체어샷 반칙을 해서라도 그들을 이겨보고 싶다는 뜻으로 밴드 이름을 이렇게 붙였습니다.”(손희남)
일단 우리를 때리겠다는 건 아니니 안심이다. 그럼 이들은 어떤 ‘의자’를 휘두르겠다는 걸까? 사실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최근 발표한 정규 1집 <호라이즌>을 들으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거친 질감의 록 음악에 어딘지 국악 같고 민요 같은 느낌이 짙게 배어있다. 앨범 첫 곡이자 타이틀곡인 ‘해야’는 물론이거니와, 두번째 곡은 아예 “어기여차 노를 젓자”로 시작하는 ‘뱃노래’다.
그렇다고 국악기를 접목한 크로스오버 음악은 결코 아니다. 록의 기본 악기인 전기기타·베이스·드럼만으로 헤비메탈·그런지·개러지록 등 원초적 록에다 몽환적인 사이키델릭의 요소를 더했다. 그리고 여기에 결정적으로 ‘우리만의 정서’를 향신료처럼 뿌렸다. 이게 바로 아시안체어샷이 준비한 비장의 무기인 ‘의자’다.
황영원(베이스·보컬), 손희남(기타), 박계완(드럼)이 2011년 밴드 결성 때부터 이런 색깔을 추구한 건 아니었다. 각기 펑크록과 사이키델릭을 연주하다 모인 세 사람은 어느날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 없이 무작정 합주를 했다. 그러다 나온 곡이 8분이 넘는 대곡 ‘반지하제왕’이다. “이건 뭐지? 장르가 뭐야? 왠지 동양적인 느낌인데? 우리 이런 음악을 해볼까?” 아시안체어샷이 나아갈 방향을 정한 순간이었다.
“예전에는 신중현, 산울림, 들국화, 활주로 등 우리만의 느낌이 강한 록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음악이 사라진 거예요. 우리가 그 계보를 이어보자 한 거죠.”(황영원)
이들의 독특한 색깔은 여러 신인 발굴 대회에서 주목받았다. 2012년 ‘씨제이 튠업’에 선정됐고, 이듬해 <이비에스 스페이스 공감>의 ‘헬로루키’ 연말결선에서 2등인 우수상을 받았다. 2013년 미니앨범(EP) <탈> 발표 이후, 유튜브에 올린 몇몇 영상만으로 외국 음악 관계자 눈에 띄어 싱가포르의 음악 축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외국 활동의 문이 트여 지난 5월 영국 투어에도 나섰다.
“외국 관객들이 우리 연주를 진짜 열광적으로 좋아해줬어요. 그때 느꼈죠. ‘우리가 틀리지 않았구나. 제대로 하고 있구나.’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포기나 타협 없이 계속 해나간다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는 자신감과 확신을 갖게 됐어요.”(박계완)
이들의 연주에 반해 이번 정규 1집 프로듀서를 기꺼이 맡아준, 세계적인 밴드 스매싱 펌프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로더는 이렇게 표현했다. “신중현이 라디오헤드의 소리로 블랙 사바스와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게 바로 아시안체어샷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앨범을 들어보면 안다. 영국 투어에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는 ‘자장가’를 추천한다. 체어샷을 맞는 듯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라.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커먼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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