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비용 감축계획에 맞서 연주자 노조원들이 지난 1일(현지시각) 맨해튼 링컨 센터 밖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링컨 센터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줄리아드 음악학교 등 11개 예술단체들이 입주해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적자 허덕이다 임금삭감 조처
노조 반발에 “극장 폐쇄” 으름장
9월시즌앞 극적 합의 고비 넘겨
노조 반발에 “극장 폐쇄” 으름장
9월시즌앞 극적 합의 고비 넘겨
세계 오페라계의 중심 중 하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메트)이 다음 시즌 공연 취소 위기를 간신히 벗어났다. <뉴욕 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모든 부문의 노조와 최종 협상을 타결했으며 오는 9월22일 예정대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메트는 재정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임금 삭감 등 노동협약 변경 문제로 수개월에 걸쳐 복수의 노조와 갈등을 빚어 왔다. 최근에는 극장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메트가 티켓 판매 감소, 신규 발전동력인 에이치디 영상화 사업 부진으로 늘어난 적자폭을 메우기 위해 기부금을 끌어다 쓰다가 그마저도 한계에 직면하면서 시작됐다. 피터 겔브 오페라극장 총감독은 노동집약적 예술인 오페라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용비용 감축을 추진했다. 그는 임금 17% 삭감 및 건강보험, 연금 축소 등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이에 오케스트라·합창단 노조, 극장무대기술자노조 등 복수의 노조가 격렬히 반발했다. 임금 삭감에 대한 요구가 기술직에 집중되다 보니 예술가 노조와 기술직 노조 간에도 갈등도 불거졌다. 대혼란에 휩싸인 메트는 지난 7월말 미국 연방조정알선청(FMCS)에 중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극장과 노조는 8월 중순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하다가, 9월 새 시즌 시작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25년 만의 시즌 공연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보자며 한 발씩 양보한 것이다. 18일 연주자 노조가 가장 먼저 극장 쪽과 협상을 타결했고, 20일 새벽에는 기술직 노조가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 마지막 남은 의상, 분장, 디자인 부분의 소규모 노조도 21일 모두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뉴욕 타임스> 보도를 보면, 극장과 노조는 1차로 3.5%의 임금을 삭감하고 6개월 뒤 2차로 3.5%를 추가 삭감한 뒤, 4개년 재정 긴축 계획의 후반기에 3%를 인상하는 안에 동의했다. 경영진 역시 비노동 분야의 지출을 축소하고, 외부 감사를 고용해 재정 운영을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한고비는 넘겼지만 메트가 적자를 완벽히 탈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기부금을 축내는 식의 재정 운영이 반복할 가능성이 크고, 임금 감축은 공연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