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27일 저녁(현지시각) 열린 ‘비비시 프롬스’에서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을 이끌고 연주하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아시아 오케스트라 2번째 초청
‘비창·’ 생황 협주 매력적 연주에
6천여명 발구르며 뜨겁게 환호
‘비창·’ 생황 협주 매력적 연주에
6천여명 발구르며 뜨겁게 환호
금관의 울부짖음이 멎고 심장 박동처럼 울리던 콘트라베이스들의 피치카토 여운마저 사라지자 고풍스런 로열 앨버트홀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시간, 지휘봉을 놓고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명훈(61)씨가 천천히 뒤돌아서자 객석에서 “브라보” 환호가 터져나왔다.
네다섯 차례의 커튼콜 끝에 정명훈씨가 걸어나와 관객에게 외쳤다. “나는 로열 앨버트홀에 몇 차례 섰지만 서울시향은 처음이다. 서울시향의 프롬스 데뷔무대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청중들이야말로 오늘의 스타다.” 그가 다시 지휘봉을 잡고 앙코르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1번>을 선물하자, 6000여 관객들은 또다시 “브라보”와 발구름으로 답례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7일 밤(현지시각) 영국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120년 전통의 세계적인 음악축제 비비시(BBC) 프롬스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서울시향은 이날 드뷔시의 <바다>와 한국 작곡가 진은숙(53)의 <생황 협주곡 ‘슈’>,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차례로 연주했다. 모두 서울시향이 세계적인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을 통해 선보인 대표 작품들이다.
이날 연주회에선 지휘자 정명훈과 오케스트라와의 교감이 돋보였다. 1부 첫 곡 드뷔시의 <바다>부터 감성과 열정을 담은 연주는 클래식 본고장 청중들의 까다로운 눈과 귀를 열었다. 이어 유럽무대에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진은숙의 <생황 협주곡 ‘슈’> 연주에서 생황연주자 우웨이(44)가 4000년 역사를 간직한 동양의 전통 악기로 신비의 소리를 빚어내며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원형공연장의 공간감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돋보인 연주였다. 정명훈은 객석 1층에 따로 현악 6중주 연주자들을 배치함으로써 소리의 입체감을 높이려고 했다.
2부는 차이콥스키가 “내 일생에서 가장 진지한 작품”이라고 고백했던 <교향곡 6번 ‘비창’>으로 채웠다. 특히 3악장에서 팀파니의 난타와 심벌즈의 울림 속에서 스케르초와 행진곡의 악상이 번갈아 변주되면서 격정적으로 끝을 맺자 악장 중간임에도 관례를 깬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관객 스티븐 월쉬(55·변호사)는 “각 섹션별로 소리가 정확하게 들렸으며 현악과 관악의 조화가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진은숙의 생황 작품은 처음 들어보는데 그것이 비비시 프롬스가 가진 매력이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 연주는 3악장 끝났을 때 관객 반응으로 알 수 있듯이 놀랍고 매력적인 연주였다”고 말했다.
영국의 공영방송 비비시(BBC)가 주최하는 비비시 프롬스에 올해 서울시향은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게르기에프의 평화를 위한 세계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초청되었다. 아시아 오케스트라로는 2001년 엔에이치케이(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이후 13년 만이다. 이날 연주회는 당일 판매되는 입석을 제외한 5200여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런던/정상영 선임기자ch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