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예술극장 감독 노다 히데키.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도쿄예술극장 감독 노다 히데키
샴쌍둥이 통해 함께사는 삶 그린
‘반신’ 내달부터 서울·도쿄서 공연
샴쌍둥이 통해 함께사는 삶 그린
‘반신’ 내달부터 서울·도쿄서 공연
말쑥한 비즈니스맨풍이다. 조금 고지식하게 보이기도 한다. 연출가 노다 히데키(사진)의 첫인상이다.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그를 ‘장난기 가득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뜻밖이다. 지난해 연극 <더 비>(THE BEE) 한국 공연에서 그는 인질범의 아내로 출연했다. 얼씨구, 무대 위에 여장을 하고 등장하는 연출가라니…. 사실 그는 우리나라 국립극장이라 할 수 있는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이다. 이 장난기 가득한 ‘59살의 소년’은 일본 연극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예술가로 꼽히며 극작·연출·연기에서 모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노다는 ‘유목민’이다. 도쿄대 재학 시절 극단 ‘유메노유민샤’(꿈꾸는 유목민)를 창단했다. 1992년 영국 런던 유학을 마친 뒤, 일본과 해외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했다. 2005년 한국과 첫 공동제작 작품 <빨간 도깨비>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영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더 비>로 세계 순회 공연을 했다. 2009년 도쿄예술극장 예술감독에 취임한 노다는 내년 3월 프랑스 파리 샤요 국립극장의 초청을 받아 <에그>를 공연할 예정이다.
그는 아직도 ‘유목민’이다. 극단 ‘꿈꾸는 유목민’ 시절에 만든 작품 <반신>(the half god)을 이번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그가 이끄는 도쿄예술극장은 명동예술극장과 손잡고 연극 <반신>을 다음달부터 서울과 도쿄에서 연이어 공연한다. 9월12일~10월5일에는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10월24~31일에는 도쿄예술극장 플레이하우스 무대에 선다. 이 작품은 1986년 초연 이래 재공연을 거듭하며 1990년 여름 에든버러 국제연극제를 통해 세계적 보편성을 인정받았다.
하기오 모토의 단편 만화가 원작인 <반신>의 이번 공연은 노다가 극본과 연출을 맡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12명이 출연한다. 다음달 공연을 앞둔 26일, 노다는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한-일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인간은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이지만 <반신>의 주인공인 샴쌍둥이는 혼자가 되고 싶어하는 역설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자아와 타자를 인식하며 살지 못하지만 <반신> 속 샴쌍둥이는 자아와 타자를 어릴 적부터 인식하고 있다.”
<반신>은 몸이 하나로 붙어 있는 샴쌍둥이 슈라와 마리아의 이야기다. 슈라는 자신의 몸에 붙어 자신의 심장으로 숨을 쉬고 자신의 장기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 동생 마리아를 미워하고 시샘한다. 이 작품은 늘 양보를 강요당하는 슈라가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인간세계를 그린다. <반신>이라는 제목은 만화에서 따온 것으로 말장난이다. ‘몸 신’과 ‘귀신 신’이 일본어로 같은 발음이다. 그런데 거의 30년 만에 다시 올리다 보니, 혹 낡은 작품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30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 이 작품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조금 고민이 된다. 하지만 샴쌍둥이 같은 보편적인 주제가 있고, 한국 배우들이 그들만의 신체언어로 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일본 기자를 위한 보도자료에서 서울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내 여권에는 한글로 된 스탬프가 찍혀 있다. 나는 이 땅에서 수많은 새로운 타자와 만나며 산다. 작품을 새로 만드는 행운을 얻었다. 2014년 여름, 나는 또 여기서 산다.” 노다는 샴쌍둥이를 통해 자아와 타자의 관계에 골몰하고 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된 최근, 노다는 서울에서 새로운 타자들과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지 모른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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