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악회 앙코르 연주, 몇 번이 적당할까?

등록 2014-08-28 20:09수정 2014-08-29 16:53

사진 크레디아 제공
사진 크레디아 제공
코스 요리 뒤 ‘후식’ 수준에 그치는 게 좋아
음악회에서 감동받았을 때 청중은 열렬한 ‘커튼콜’로 퇴장한 연주자를 다시 불러냅니다. 연주자는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라는 표정을 지으며 몇 번의 등·퇴장과 인사를 반복하지요. 박수 소리가 계속되면 연주자는 달뜬 청중을 달래기 위해 다시 악기를 잡고 앙코르 연주를 들려줍니다. 이 짧은 순간의 긴장감은 마치 연인 사이의 ‘밀당’(밀고 당기기)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흥이 많은 우리나라 청중은 유럽 관객에 비해 박수가 후하고 앙코르 요청도 많은 편입니다. 열렬하게 환호했는데도 앙코르를 들려주지 않을 경우 서운함을 표시하는 이들도 이따금 보입니다.

연주자 입장에서 앙코르는 본연주의 감흥을 유지 혹은 고조시키는 수단이며, 또다른 잠재력을 자랑할 기회이기도 합니다. 청중과 교감하는 게 좋아 본연주에 버금가는 긴 앙코르 연주를 선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아둬야 할 점은, 앙코르 연주가 많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앙코르는 완벽한 코스요리에 덧붙여 즐기는 후식 같은 것입니다. 후식이 거창하면 메인요리의 감흥은 금방 잊혀지겠지요. 이미 배부른 상태로 꾸역꾸역 먹는 후식 역시 만족감이 떨어질 테고요. 탈진 상태의 연주자들에게 최상의 연주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그래서인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위주의 프로그램을 선보인 2008, 2011, 2013년 내한 공연 때 기립박수가 쏟아졌음에도, 단 한 번의 앙코르 연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경우에도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대곡, 말러 교향곡을 연주할 때는 매번 앙코르를 생략합니다.

연주의 규모와 장르도 앙코르에 영향을 미칩니다. 연주자들은 보통 2~3개의 앙코르 곡을 준비해서 무대에 서는데, 많은 사람이 호흡을 맞추는 오케스트라는 사전 준비한 것 이상의 앙코르가 불가능한 반면, 독주자는 즉흥적으로 앙코르 곡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에서는 앙코르 연주를 하지 않지만, 한 곡의 아리아가 끝난 뒤 공연이 중단될 정도로 갈채가 이어지면 그 아리아를 다시 부르는 일도 드물게 있습니다.

앙코르 연주 여부를 점치는 장난스런 팁도 드리겠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퇴장하는 지휘자가 아니라 무대 위에 남은 악장이나 수석 단원을 살펴보세요. 그들이 보면대 위의 악보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앙코르 연주가 남아 있을 겁니다. 바이올린 독주회라면 연주자의 손을 관찰하세요. 악기를 내려놓고 맨손으로 커튼콜에 응한다면 더 이상의 앙코르 연주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