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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꼬부랑 할머니 ‘세월봉’에 머무른 시선

등록 2014-09-02 19:13

투병 중인 아내를 찍은 윤철중씨의 근작
투병 중인 아내를 찍은 윤철중씨의 근작
강재훈 ‘한겨레’ 기자 사진전
‘꼬부랑 사모곡’ 류가헌서 14일까지
시골에서 허리 구부린 채 밭일하는 꼬부랑 할머니. 그의 모습을 마냥 정겨운 풍경으로 볼 일은 아니다. 세월과 맞서다 곧추설 힘을 잃은 몸이 땅으로 치닫는 중력에 굴복해가는 과정인 까닭이다. 수년간 전국 사방을 돌며 꼬부랑 어르신들의 사연과 만났던 <한겨레>사진부 선임기자 강재훈씨는 그네들 등허리를 ‘세월봉(歲月峯)’이라 부른다.

다큐사진으로 일가를 이룬 그가 서울 통의동 류가헌갤러리에서 2일 시작한 개인전 ‘꼬부랑 사모곡’은 오랜 노동 시간이 쌓여 빚어낸 꼬부랑 어르신들의 일과 삶에 초점을 맞춘다. 전시에 등장하는 하늘과 척진 듯한 ‘꼬부랑 어르신’의 옆과 뒤태는 온전한 의지로 삶을 추스르며 손발을 열심히 놀려 생활해온 몸 풍경이다. 등허리에 봉우리를 쌓은 고달픈 세월을 작가 시선으로 성찰한 흔적이기도 하다.

개망초 옆에서 작업중인 이주노동자를 담은 김정용씨의 근작
개망초 옆에서 작업중인 이주노동자를 담은 김정용씨의 근작
경북 청도, 전남 청산도, 강원도의 고성 등에서 사진가의 눈길과 닿은 꼬부랑 어르신들과의 만남은 깊은 정 깊은 한을 깨닫는 길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밭에서 고추를 따거나 짚단을 엮는 그네들 허리는 한결 같이 깊숙하게 땅 쪽으로 향했다. 그 깊은 포물선, 땅의 인력에 끌린 그 몸의 선이 절실하게 사진기를 이끌고 다녔던 셈이다.

대지팡이 들고 걸어가는 꼬부랑할머니 뒤태를 담은 강재훈 사진가의 전시 출품작
대지팡이 들고 걸어가는 꼬부랑할머니 뒤태를 담은 강재훈 사진가의 전시 출품작
강씨는 1998년 ‘분교/들꽃 피는 학교’를 시작으로, ‘산골분교 운동회’(2006) 등 시골 분교들의 따뜻한 일상을 포착한 전시로 ‘분교사진가’란 별명이 붙었다. 고향땅을 지키는 부모들 모습을 담아낸 <부모은중>(2010),<100인의 초상>(2012)을 통해 연출하지 않은 다큐사진의 본령을 지키며 인간·자연의 풍경을 찍어왔다. 14일까지(추석연휴에도 개관) 열리는 그의 전시는 사실 흐뭇한 시작이다. 뒤이어 그가 가르쳐온 강재훈사진학교 수강자들이 꾸린 사진집단 ‘포토청’의 노장년 제자 4명이 9월말까지 잇따라 류가헌에서 릴레이 전시를 열게된다. 16~21일 김정용씨가 이주노동자들의 일상과 삶을 3년여간 찍어온 작업을 모아 ‘개망초의 꿈’ 전을, 23~28일 오인숙씨가 중년의 번민에 휩싸인 남편의 일상을 수년간 관찰해 찍은 사진들을 담아 ‘서울염소’ 전을 차린다. 전 상명대 교수로 신화학 권위자였던 윤철중(80)씨도 얼마전 사별한 부인의 암투병 간병 과정을 담은 감동적인 작품들을 모아 역시 이달말부터 전시할 예정이다. 강씨의 신문사 선배로 <한겨레>부사장을 지낸 언론인 성한표씨도 강씨의 지도로 닦은 사진 내공을 펼친다. 이달 29일부터 류가헌 부근의 갤러리메타포에서 소싸움의 소를 포착한 사진들로 여는 첫 개인전이다. 강씨에겐 이번 한달이 내내 잔칫날일 듯하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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