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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남북 심포니를 향해” 원형준의 ‘거위의 꿈’

등록 2014-09-03 20:55수정 2014-09-03 21:35

원형준(맨 왼쪽) 대표는 지난 2013년 10월 1일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중립국감독위원회 초청으로 판문점에서 평화음악회를 열었다. 사진 린덴바움뮤직 제공
원형준(맨 왼쪽) 대표는 지난 2013년 10월 1일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아 중립국감독위원회 초청으로 판문점에서 평화음악회를 열었다. 사진 린덴바움뮤직 제공
남북 청소년 오케스트라 구상에
주변선 “불가능한 꿈” 고개 저어

2011년 8·15 평양 합동공연 약속
남북관계 경색으로 기약 없어져
작년 판문점서 ‘남쪽 음악회’ 열어
“오케스트라가 잘 되려면 먼저 귀가 열려야 한다. 내 소리만 내지 말고 남의 소리도 들어야 하모니가 나오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주장만 하면 불협화음만 나온다. 그래서 생각했다, 남북이 화음을 내는 방법이 뭔지. 혹시 남북이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들면 어떨까? 다니엘 바렌보임도 이스라엘과 중동 출신을 모아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보란듯이 만들었으니까.”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39) 린덴바움뮤직 대표가 ‘남북 청소년오케스트라’의 꿈을 얘기하자, 주변에서는 “임파서블 드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꿈’만은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모시기 힘든’ 영국 로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 샤를 뒤투아를 남북오케스트라 추진을 위한 축제의 음악감독으로 위촉하는 데 성공했다. 2009년 뒤투아의 지도를 받은 한국 젊은이 100여명이 서울에서 제1회 린덴바움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5년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원형준은 남북오케스트라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2011년에는 북한으로부터 ‘8월15일 평양 합동공연’ 날짜까지 받아놓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공연은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남북오케스트라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같은 해 10월 비록 남쪽만 참여했지만 중립국감독위원회 초청으로 판문점에서 평화음악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독일정부의 주선으로 올해 10월 독일에서 열려던 남북오케스트라 공연이 북한채널 확보 실패 등으로 다시 무산됐다.

희망과 좌절의 연속인 원형준을 지난 1일 만났다. 미국 줄리어드음대 출신으로 10살 때 서울시향과 협연했고 거장 오이스트라크 등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린덴바움 앙상블’을 이끌며 하나원 등 소외된 곳을 찾는 데도 열심이다.

사실 남북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원형준은 ‘생초짜’였다. 국가보안법이 엄존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북한과 접촉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백방으로 수소문 끝에 길이 열렸다. 2011년 2월 평양 벨칸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재미동포 백태범을 만나 ‘남북오케스트라 추진상황이 담긴 동영상’을 전달한 것이다. 동영상은 곧 유엔 북한대표부로 보내졌고, 한 달도 안돼 북한 문화성으로부터 공식초청장이 날아왔다. 같은 해 6월 뒤투아가 평양을 방문해 ‘8월15일 남북청소년오케스트라 평양공연’이라는 확답을 받아왔다. ‘불가능한 꿈’이 이제 손에 잡힐 듯했다.

하지만 편견보다 더 큰 장애는 남북관계 경색이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진데다, 설상가상으로 유엔 북한대표부로부터 “남북 합동공연 다음날 진행되는 을지훈련 때문에 군부가 난감해한다”라는 전자우편을 받았다. 평양공연은 연기 끝에 무산됐다. 이대로 끝나는가? 참 허망했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원형준은 지난해 2월 영국 옥스퍼드대학 토론클럽인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폴 포츠가 오디션에서 휴대폰 매장 영업사원이라고 말했을 때 심사위원들과 관객의 표정을 보았는가? 하지만 그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와 관객의 벽은 무너지고 서로 음악으로 감동의 교감을 나누었다. 음악의 힘은 남북 간에 긍정적인 교감을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선 통일한국의 미래인 청소년부터 먼저 소통해야 한다.”

돈키호테를 다룬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는 ‘임파서블 드림’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불가능한 꿈’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이뤄내고 말겠다는 생각. 원형준을 지탱하는 힘이다.

남북오케스트라 구성에는 꼭 양쪽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왜 남북오케스트라가 필요한지 끊임없이 설득해야만 한다. 시기와 장소를 계속 제안해, 양쪽 정부가 한번이라도 더 고민하게 해야 한다. 그는 다시 통일부의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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