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의 개막공연 모습. 사진 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 제공
서울아리랑페스티벌 10~12일
첫 녹음본 공개·1600명 행렬도
12일 오후 광화문쪽 차량통제
첫 녹음본 공개·1600명 행렬도
12일 오후 광화문쪽 차량통제
함경도 아바이, 전라도 도목수, 경상도 사내. 팔도의 일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1865~1872) 공사판에는 전국에서 징발된 부역꾼들이 넘쳤다. 그들 옆에는 무당패, 광대패, 사당패, 선소리패들도 넘쳤다. 광대들의 춤판, 노래판에 도성 전체가 들썩였다. 그중에서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사당패가 부른 아리랑타령이었다. 여러 향토민요 가운데 강원 산간지역의 아라리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였다. 급기야 고종까지 사당패를 불러 아리랑타령을 즐겨 들었다.
부역꾼들이 귀향하면서 아리랑은 삽시간에 팔도로 퍼졌다. 1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군에 징집됐다 독일군한테 붙잡힌 한국인 포로들도 아리랑을 불렀다. 망향의 슬픔이 절절히 담긴 노래는 독일군 녹음본으로 남았다. 독립운동가 김산의 생애를 다룬 <아리랑>에서 님 웨일스는 ‘아리랑은 또 하나의 한국’이라고 썼다. 이 노래는 1926년 나운규가 만든 같은 이름의 영화를 통해 민족의 노래로 자리잡았다. ‘광복군 아리랑’에선 저항의 노래로, 남북단일팀 응원가에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로 다양한 의미를 담기도 했다. 2012년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아리랑은 이제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노래다.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아리랑의 벅찬 역사와 의미가 파노라마 영상으로 광화문에 펼쳐진다. 오는 10~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14 서울아리랑페스티벌’이다.
먼저 10일(금) 오후 6시 개막공연에서는 최초로 녹음된 아리랑 음원 공개와 함께, 김영임·김수연 명창과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상주아리랑, 진도아리랑, 영천아리랑, 정선아리랑을 들려준다. 마지막날인 12일(일) 열리는 “당신이 아리랑” 퍼레이드는 이번 행사의 백미로 꼽힌다. 아리랑의 시대적 흐름을 표현한 조형물과, 오방기, 8m 높이의 전통 대형 깃발 58개, 산대마당 국악예술단 등 1600여명의 행렬이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룰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오후 5시부터 경복궁에서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 앞까지 1.2㎞의 차로가 전면통제된다.
진도씻김굿 전막 공연도 결코 놓칠 수 없다. 11일 오후 6시 광화문 북쪽 광장에서 진도씻김굿 보유자인 박병원 선생을 비롯해 김오현, 송순단 등 진도씻김굿보존회 전수자와 이수생 20여명이 참가한다. 씻김굿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풀어주고 깨끗이 씻겨줌으로써 편안한 마음으로 저승세계로 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전남 진도의 굿놀이다. ‘원한을 씻어준다’ 해서 ‘씻김굿’이라 하며, 1980년 11월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됐다. 최근 1000만 관객 돌파를 기록한 영화 <명량>의 촬영에 앞서 진도씻김굿판을 벌여 화제가 된 바 있다.
11일 저녁 8시에는 디제이 디구루와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등이 빠른 록 리듬으로 재해석한 아리랑을 들려준다. 자세한 일정은 서울아리랑페스티벌 누리집(seoularirangfestival.com)을 찾으면 된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이 축제는 서울시와 서울아리랑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주최한다. 이 행사는 크라운·해태제과, 씨제이(CJ)제일제당, 한솔제지 등 20여 기업이 참여해 만든 국내 최초 민간재원 공공문화예술축제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