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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나부코 ‘노예들의 합창’은 이탈리아 통일가”

등록 2014-10-08 19:02수정 2014-10-08 21:12

정은숙 오페라 <나부코> 예술감독(왼쪽)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연습실에서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고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정은숙 오페라 <나부코> 예술감독(왼쪽)이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연습실에서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고양/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오페라 ‘나부코’ 예술감독 정은숙
“예산 부담 큰 장르 공동제작해야
국립오페라합창단 빈자리 아쉬워
남북공연교류의 꿈 포기 안해요”
“베르디는 당시 이탈리아의 통일과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려 오페라 <나부코>를 작곡했습니다. 그러니까 예술은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말해주는 겁니다.” 정은숙 오페라 <나부코> 예술감독은 먼저 작품의 배경부터 설명했다. “이 작품은 1842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베르디의 세번째 오페라입니다. 이후 이탈리아 다른 지역 극장에서 공연 요청이 밀려들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통일이 되지 않았지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던 이탈리아인들은 바빌론에 잡혀와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히브리 노예들의 노래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떠올렸지요. 이 곡은 지금까지도 이탈리아의 제2의 국가로 불립니다.”

오페라 <나부코>는 16~18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 이어 24~26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지난 6일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정 감독을 고양 아람누리 연습실에서 만났다.

정 감독은 이 시대 최고의 소프라노이자 수많은 후학을 길러낸 스승이다. 2000년대 국립오페라단장을 지내는 등 오페라 제작 전문가이자 경영자로 지난 40여년간 누구보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그는 ‘성악가 후배’들인 이번 출연진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베르디는 나부코 역에 웅장하고 강력한 바리톤을 썼어요. 노래 분량도 많은데 김진추씨가 그 역을 잘 소화했어요. 베르디는 또 베이스 함석헌씨가 맡는 자카리아 역에도 큰 비중을 뒀습니다. 아비가일레는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면 표현을 해낼 수 없는 역입니다. 그런데 소프라노 박현주씨는 20대의 ‘가벼운 소프라노’에 이어 드라마틱한 역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특히 피아니시모처럼 끝을 여리게 하는 표현력이 뛰어나, 아비가일레 역에 딱 맞습니다.”

정 감독은 이번에 올리는 <나부코>에 좀더 특별한 의미를 둔다. “제가 이곳의 예술감독이 되기 전에도 지역 극장들의 공동제작 사례는 있었지만, 2012년 제가 취임한 뒤 공동제작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페라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앞으로 공동제작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겁니다. 이번 고양문화재단과 대전예술의전당의 공동제작을 넘어, 규모가 비슷한 전국의 오페라극장들이 공동제작이라는 협업을 좀더 강화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하지만 오페라 준비에 바쁜 정 감독의 마음 한편엔 저릿한 통증이 밀려온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국립오페라합창단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오페라에는 극장, 성악가·합창단, 오케스트라가 필수 3대 요소입니다. 우리에게 극장은 있지만 성악가·합창단과 오케스트라는 없어, 그때그때 캐스팅을 해야 하잖아요.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립오페라합창단이 생각난 겁니다. 국립오페라합창단은 평소에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이탈리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3개국어 발음이 잘 준비된데다, 20개 작품 정도는 언제라도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 합창단이 해체된 것은 오페라계의 큰 손실이 아닙니까? 안타까움에 눈물이 나올 지경입니다.”

국립오페라단 산하 오페라합창단은 정 감독이 국립오페라단장이던 2002년 창설됐다가 이명박 정부로 바뀐 뒤인 2009년 원래 공식직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체됐다. 참으로 묘한 일이다. 당시 해체된 합창단의 단원들은 한 집회에서 <나부코>의 ‘히브리 노예의 합창’을 불러 기립박수를 받았다.

정은숙 감독은 ‘문익환이 사랑한 가수’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 문호근 연출가의 아내, 문 목사의 며느리다. “시아버님은 수감 때 제 공연을 보러 올 수 없었기 때문에 출소한 날 바로 공연을 보러 오시기도 했어요. ‘너무 소리 자랑 하기보다는 내용을 충실하게 담아라’라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시어머님인 박용길 장로는 제 공연을 하나도 빼먹지 않고 보셨고요.”

2012년 정 감독이 설립한 ‘늦봄프로덕션’이 어찌 됐는지 궁금했다. “남북이 서로 초청해 공연교류를 하면 그것이 바로 통일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해 프로덕션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교류가 꽉 막혀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교류의 꿈을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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