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환 25년 담은 앨범 ‘앤솔로지’
가수 안치환의 서울 연희동 집을 찾은 건 지난 2004년 여름이었다. 8집 앨범과 관련한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그는 지하실의 ‘참꽃 스튜디오’로 안내했다. 원래는 밴드(안치환과 자유) 연습실로 계획했는데, 욕심이 생겨 녹음 시설까지 갖추게 됐다고 했다. 이후 안치환이 발표한 앨범은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다.
2010년 연희동 집을 다시 찾았다. 거실에서 10집 관련 인터뷰를 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왔다갔다 했다. “후배들이 지하 녹음실에서 앨범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참꽃 스튜디오는 동료·후배 음악인들이 맘 편히 와서 작업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꾸준히 진행돼온 작업이 있다. 이른바 ‘묻지마 프로젝트’다. 안치환은 한가한 날이면 틈틈이 밴드 멤버들을 호출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스튜디오로 모인 멤버들과 이전 발표곡들을 다시 연주하고 녹음했다. 그렇게 다시 녹음한 게 60여곡이나 쌓였다. 안치환이 노래만 따로 다시 부르거나 믹싱을 다시 한 것도 30여곡이나 됐다.
이렇게 재탄생한 곡들을 모은 결과물이 이번에 발표한 박스세트 앨범 <안치환 앤솔로지-컴플리트 마이셀프>다. 25년 음악인생을 시디(CD) 6장 97곡으로 정리했다. 1000세트 한정판으로, 앨범마다 고유번호를 매겼다. 안치환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공연장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간단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10년간 밴드와 ‘묻지마 프로젝트’
60곡 다시 연주…CD 6장 한정판
97곡 중 유일한 미발표곡 ‘빨갱이’
“이제 음악 그만둬도 후회 없어요”
직장암 수술받아…지금 회복 중 애초 이 앨범은 지난 4월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앨범 발표를 연기했다. 예기치 못한 공백기에 안치환은 건강검진을 받았다. 직장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직은 다소 살이 빠진 모습이지만, 그는 걱정말라 했다. “내년 봄에는 기존 체중을 회복할 거고, 노래하는 데 아무 지장 없을 겁니다. 저는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지, 제가 아팠다는 얘기를 하려고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닙니다. 건강 문제는 슬쩍만 언급하고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앨범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내가 만일’, ‘소금인형’ 등 사랑 노래를 담은 ‘러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오늘이 좋다!’ 등 삶을 노래한 곡을 담은 ‘라이프’,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등 저항의 노래를 담은 ‘레지스턴스’다. “민중가요, 운동가요 같은 말들은 시간이 지나고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말은 규정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이고, 음악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노래죠. 이 세상에 있어야 할 노래. 그렇게 저항의 노래를 분류하다 보니 가슴에 뭔가 차오르는 게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주제인데 아무도 안한 주제, 그래서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얘기. 바로 이 노래입니다.” 그는 이번 앨범의 유일한 미발표곡 ‘빨갱이’를 불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그 말/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그 말/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 안치환은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아픔을 주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인 ‘빨갱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만든 노래”라며 “너무 늦게 나왔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꼭 필요한 노래, 누군가는 불러야 할 노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이 작업에 매달리며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지?’ 바로 제 만족을 위해서였어요. 이제 당장 음악을 그만두더라도 이 음반 덕분에 후회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행여나 그의 새로운 음악을 더는 못 듣는 게 아닐까 걱정할 이들을 위해 전한다. 무대 뒤에서 만난 그는 “11집 준비도 꽤 해놓은 상태다. 이르면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60곡 다시 연주…CD 6장 한정판
97곡 중 유일한 미발표곡 ‘빨갱이’
“이제 음악 그만둬도 후회 없어요”
직장암 수술받아…지금 회복 중 애초 이 앨범은 지난 4월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앨범 발표를 연기했다. 예기치 못한 공백기에 안치환은 건강검진을 받았다. 직장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직은 다소 살이 빠진 모습이지만, 그는 걱정말라 했다. “내년 봄에는 기존 체중을 회복할 거고, 노래하는 데 아무 지장 없을 겁니다. 저는 새로운 음반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지, 제가 아팠다는 얘기를 하려고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닙니다. 건강 문제는 슬쩍만 언급하고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앨범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내가 만일’, ‘소금인형’ 등 사랑 노래를 담은 ‘러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오늘이 좋다!’ 등 삶을 노래한 곡을 담은 ‘라이프’,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등 저항의 노래를 담은 ‘레지스턴스’다. “민중가요, 운동가요 같은 말들은 시간이 지나고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말은 규정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부르는 명칭이고, 음악하는 사람에게는 그냥 노래죠. 이 세상에 있어야 할 노래. 그렇게 저항의 노래를 분류하다 보니 가슴에 뭔가 차오르는 게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주제인데 아무도 안한 주제, 그래서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얘기. 바로 이 노래입니다.” 그는 이번 앨범의 유일한 미발표곡 ‘빨갱이’를 불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서글픈 그 말/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식한 그 말/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 안치환은 “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아픔을 주었고, 지금도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야기인 ‘빨갱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만든 노래”라며 “너무 늦게 나왔다는 얘기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꼭 필요한 노래, 누군가는 불러야 할 노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이 작업에 매달리며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지?’ 바로 제 만족을 위해서였어요. 이제 당장 음악을 그만두더라도 이 음반 덕분에 후회 없습니다.” 이 말을 듣고 행여나 그의 새로운 음악을 더는 못 듣는 게 아닐까 걱정할 이들을 위해 전한다. 무대 뒤에서 만난 그는 “11집 준비도 꽤 해놓은 상태다. 이르면 내년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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