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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지휘자로 작곡가로…아픈 만큼 성숙해지다

등록 2014-10-16 20:45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머리 페라이어. 사진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머리 페라이어. 사진 크레디아 제공
문화 콕콕
부상 딛고 일어선 음악거장들
운동선수뿐 아니라 음악가들에게도 몸이 자산이다. 특히 연주자의 몸이 1000냥이라면 손과 팔은 900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클래식 음악계에는 전성기에 손가락이나 손목, 어깨 등에 부상을 입어 무대를 떠나거나 눈물겨운 재활을 감내한 이들이 적잖다.

오는 11월10, 11일 영국의 유명 체임버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내한하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머리 페라이어는 1990년 연습 도중 악보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베이는 사소한 사고로 10년 가까운 시간을 암울하게 보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상처가 계속 덧나는 바람에 건반을 누를 때 손가락에 가해지는 힘이 불균형해졌고, 이 때문에 손가락뼈에 변형이 와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항생제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는 등 여러 후유증이 겹쳐 그는 10년 가까이 연주를 중단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2005년 서울에서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마린스키 극장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준비하던 중 손가락 부상을 입어 6년간,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는 2007년 어깨 부상을 입어 4년간 악기를 내려놓았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12살 때 학교 체육수업 시간에 농구를 하다가 철제 울타리에 왼쪽 새끼손가락을 부딪혀 심각한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와의 협연 계획이 무산됐고, 1년 반 동안 두 차례나 손가락 수술을 받았다. “앞으로 바이올린 연주는 무리”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까지 내려졌다.

그러나 부상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재활의 고통은 음악성을 성숙시키기도 한다. 페라이어와 벤게로프는 재활기간 동안 지휘 공부를 시작해 지휘자로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페라이어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바흐의 건반 협주곡 7번 등을 직접 지휘하면서 협연한다. 정경화는 부상 뒤 줄리아드음악학교 교수로서 후학을 길러내는 제2의 삶을 시작했고, 자신을 지긋지긋하게 괴롭혀 온 완벽주의에서 벗어났다. 클라라 주미 강은 3년간의 혹독한 재활 이후 연주력이 향상돼 2010년 센다이 콩쿠르와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를 잇달아 휩쓸었다. 작곡가 슈만도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젊은 시절 손가락에 추를 매다는 혹독한 훈련 탓에 오른손 넷째 손가락 부상을 입었는데, 그것이 작곡에 매진하는 계기가 됐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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