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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선율에 떠는 단풍마저 관객과 하나되더라

등록 2014-10-27 19:05

지난 25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화엄음악제가 열렸다.
지난 25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화엄음악제가 열렸다.
‘화엄사 음악제’ 1000여명 찾아
터키 전통악기 ‘사즈’ 연주 눈길
김효영은 화음악기 ‘생황’ 선봬
‘화엄의 화음’이 지리산 자락 천년 고찰을 휘감았다.

월드뮤직그룹 ‘공명’의 타악은 대웅전 앞뜰 연꽃무늬 바닥 돌에 이마를 찧고, 5층 석탑 위 창공으로 튀어 올랐다. 바이올린은 국보 67호 각황전 추녀 끝 풍경을 흔들며 멀리 노고단으로 퍼져갔다. 보제루를 지나 계곡물에 발 담근 선율은 섬진강을 거쳐 화엄의 남해로 흘렀다. 화엄은 모든 사물이 서로 원인이 되며, 전체와 부분이 하나가 된다는 사상이다. 화엄은 곧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화음과 다르지 않다.

25일 전남 구례군 화엄사 화엄음악제를 찾은 1000여 명은 모두 ‘화엄’이 됐다. 의자를 차지하지 못한 이들은 돌계단에 걸터앉고 단청이 벗겨진 기둥에 기대, 머리를 흔들며 손뼉을 치고 발을 굴렀다.

터키 출신 주말리 불둑의 일곱 줄 현이 떨렸다. 음유시인인 그의 목울대도 떨렸다. 불룩한 울림통을 가진 터키 전통악기 사즈(saz)는 현악기이면서도 두드리면 북소리가 난다. 현의 떨림, 목의 떨림, 북의 울림을 따라 사람들도 ‘가슴 속의 현악기’인 심금을 울렸다. 불둑은 “화엄사에서는 우주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제 음악을 듣는 것은 저와 우주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판소리 실력도 수준급인 그는 ‘춘향가’ 중 사랑가를 국내에서 공연한 바 있다.

김효영은 국악기 유일의 화음 악기 생황으로 ‘생(笙)’ 등 자작곡을 연주(사진)했다. 두 손은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끌어안듯 생황을 받쳐들고, 들숨과 날숨으로 생황에 깊은 입맞춤을 했다. 허공과 산사와 관객 모두 사랑받는 느낌이다. 13년째 생황을 연주하는 김효영은 “생황은 섣불리 접근하기 힘든 악기라 아무나 곡을 쓸 수 없다. 국악 대표적 기악곡인 산조를 계속 작곡하겠다”라고 밝혔다. 생황은 현대음악계에서 주목하는 악기다. 김효영은 최근 독일에서 세계적인 연주가 우웨이와 교감을 나눴다. 우웨이는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슈’를 서울시향과 협연한 바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호응을 받은 이는 한영애였다. ‘누구 없소’ 등을 들려줄 때 모두 하나가 됐다. 카리스마는 무대를 압도했고,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독일 베를린에서 온 요한 베르너(64)는 “아름다운 화엄사에서 음악을 들으니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사라졌다”라고 만족해 했다. 그는 이날 일행 9명과 함께 1박을 하며 산사 체험을 한다. 영관 주지 스님은 “화엄의 음악은 ‘소리의 인연법’으로, 앞으로 영성음악에만 연연 않고 행사를 더 확대해나갈 생각”이고, 원일 예술감독도 “내년에는 10회가 되는 만큼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더 많이 들려줄 계획”이라고 했다.

24일 전야제에는 피아니스트 임동창과 흥야라밴드가 ‘영산회상’에서부터 장윤정의 ‘어머나’에 이르기까지 화엄의 화음을 미리 조율했다.

화엄사/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사진 안웅철 사진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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