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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지진 전부터 봉사하던 곳 방진복 없이 찍었다”

등록 2014-11-10 19:09수정 2015-01-11 17:52

스가와라 이치고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 사진가.
[짬] 일본 도호쿠재건 기록 사진전 스가와라 이치고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초대형 지진해일(쓰나미)로 수만명이 실종되고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도호쿠 지역의 재건 상황을 알리기 위한 사진전 <더스트 마이 브룸 프로젝트 보고전 2014 서울>이 서울 효자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더스트 마이 브룸’은 시카고 블루스의 거장이었던 엘모어 제임스의 대표곡 제목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다.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국립도호쿠대학 대학원에 재직중인 유정수 교수와 이 지역의 리사이클업체인 세이난상사의 재일동포 안도 겐키치 사장, 그리고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사진)가 2011년부터 지진 피해지역에서 초등학교 부흥교육, 수산가공공장 자원봉사, 폐기물 처리 등 리사이클을 통한 재건과 복구 활동의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6월 일본 도호쿠대학에 이어 한국전을 주관한 스가와라를 지난 주말 전시장에서 만났다.

현지 대학리사이클링업체 의뢰 받아
동일본대지진 이후 3년 복구 알리려
폐자원 활용한 재생과정담아 전시

“엄청난 일 당했지만 서로 도와 회생
한국도 세월호 참사 이겨내길 바라”

스가와라는 오사카예술대학 사진학과 출신으로 1964 도쿄올림픽 포스터를 제작하고 일본광고사진협회장을 지낸 하야사키 오사무에게 배운 뒤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을 했다. 1996년 촬영감독을 맡았던 영화 <푸른 물고기>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공식초청되기도 했으며 2005년에는 뉴욕에서 <메이드 인 더 셰이드> 전시회에 세계적인 사진가 로버트 프랭크와 같이 참가하는 등 국제 무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다.

-언제부터 리사이클을 테마로 사진을 찍었나?

“동일본대지진이 나기 전인 2007년부터 리사이클은 내 사진의 테마였다. 세이난상사의 작업을 의뢰받아 깡통, 페트병, 타이어, 자동차 같은 폐자원들의 처리 과정을 찍고 있었다. 지진이 나기 한 달 전인 2011년 2월에도 도호쿠대학에서 세이난상사의 리사이클 작업을 전시했었다. 지진이 나자 도호쿠대학에서 ‘더스트 마이 브룸 프로젝트’ 제의가 들어왔고 곧 활동을 시작했다.”

-방사능 오염 때문에 위험하진 않았는가?

“평소에 적십자단체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었다. 아주 위험한 곳은 못 들어갔지만 방진복 같은 것 없이 사진을 찍어왔다.”

-전시된 사진과 작업 내용을 소개한다면?

“이 사진들은 내 작품이기도 하지만 프로젝트에서 진행한 활동의 도큐먼트이기도 하다. 여기 붉게 녹슨 철판은 통조림회사의 상징물이었던 30미터 크기의 대형 깡통으로 쓰나미 때문에 1킬로미터나 쓸려가서 방치되었다. 사진으로 찍은 뒤 잘게 쪼개져 재활용되었다. 이 벚나무는 희망이 남아 있음을 상징한다. 후쿠시마는 원전이 세워지기 오래전부터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지진 직후 4월에도 꽃을 피웠다. 리사이클을 찍으려고 하니 공부도 필요했다. 타이어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페트병은 또 어떤 운명을 거치는지 알아야 했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

-한국 전시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국 사람들을 동일본대지진을 뉴스로만 봤을 것이다. 실제로 엄청난 일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리사이클을 통한 재생을 시작했고 다른 나라의 도움도 받아가며 다시 일어서고 있다. 나는 사진가로서 내가 본 것과 느낀 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으로는 미묘한 관계다. 그러나 두 나라는 이웃에 있는 친구다. 한국 관객들이 이 사진들을 보고 희망과 기억을 느끼면 좋겠다. 한국도 지난봄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우리 일본도 이겨내려고 하고 있듯이, 한국도 힘을 내어 이겨내길 바란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찍은 비눗방울 사진들이 특이하다. 어떤 작업인가?

“지난 3월 도호쿠의 지역 언론 가호쿠신보사 주최로 재해지역 어린이들을 응원하는 프로젝트인 ‘어린이들의 미래 응원교실’이 열렸다. 60명 정도 되는 학생들에게 즉석카메라를 나눠주었고 비눗방울을 찍게 했다. 아이들에게 ‘빛을 잡아라!’라고 주문했다. 어른들은 찍을 수 없는 대단한 사진을 찍었다. 비눗방울은 특별한 빛을 만들어낸다. 빛은 희망이다. 아이들도 아마 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이해했을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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