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너는 왜 90년대 음악에 응답했니?

등록 2014-12-30 21:32수정 2014-12-31 10:47

지난 주말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지난 주말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다시 보는 90’s
2014년 대중음악을 규정하는 가장 유력한 열쇳말은 다름 아닌 ‘90년대’다. 지난 주말 <무한도전>이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통해 그 마지막 정점을 찍기에 이르렀다. 마치 20여년 전 그때의 한 순간을 그대로 재생한 것과 같은 섬세한 연출은 <무한도전>의 역사에 또 하나의 걸작 콘텐츠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에 정확히 90년대 음악들이 위치해 있었음은 물론이다. 사실 그 시절 음악을 소환하려는 움직임은 지난해 말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응사)를 통해 결정적 전환점이 만들어졌다. ‘응사’는 그 시절 모든 인기곡들로 만든 한 편의 긴 뮤직비디오였고, 90년대는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로서 새롭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서태지와 아이들
지누션
지누션
1 복고: 젊은 시절의 재발견?

올해 들어 이 흐름은 보다 노골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슈퍼스타케이> 등에서 90년대생들의 목소리로 그 시대 노래가 불리는 것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며, 90년대 음악인들이 단골로 출연한 <히든싱어>의 성공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시절 대중음악의 주력들이 재발견되는 것을 넘어 현재와 호흡하며 건재를 알린 지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서태지는 변함없는 음악성으로 성공적인 컴백을 알렸고, 또 다른 90년대의 축인 신해철은, 비록 애통한 죽음 때문이기는 했지만, 문화적 현상이라 부를 만큼의 조명 작업이 아직 진행중이다. 90년대 한국 얼터너티브 록의 정점인 노이즈가든이 오랜만에 록신을 흥분시켰는가 하면, 윤종신은 90년대 감수성을 무기로 부지런히 현재와 소통중이다. 이적, 김동률, 유희열, 이승환 등이 새로운 작품으로 음원 차트를 수놓았던 2014년은 <무한도전>이 90년대 댄스 음악 전설들을 화려하게 호출하면서 의미심장하게 마무리됐다.

무엇이 이런 현상을 가능케 했던 것일까? 먼저 ‘복고’라는 흔한 열쇳말을 떠올려보자. 쉽게 말해 과거의 스타일이 현재에 다시 주목받는 것으로, ‘20년 주기설’과 같은 유행의 정기적 순환으로 이해된다. 가령 10~20대였던 소비층이 이제는 기성세대의 핵심으로 부상해 그들의 젊은 시절를 다시 재발견한다거나, 과거의 문화가 새로운 소비층에게 신선하게 재발견되기 위해 필요한 간격으로 20년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2014년의 90년대 탐구 역시 이같은 순차적인 유행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최근 10년간 이어져온 ‘7080’ 복고야 말로 그 사전적 정의에 더 적확히 들어맞는 현상이다. 가령 ‘청통맥’(청바지·통기타·맥주)으로 대표되는 각별한 문화적 코드는 90년대 이후의 인터넷 세대들에게는 직접적으로 공명하지 않는 일종의 박제화된 과거에 가깝다. 그 시대의 포크 음악, 트로트, 발라드는 힙합으로 대표되는 흑인음악과 전자 사운드의 댄스 음악에 익숙한 현 세대와의 문화적 호환성 면에서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90년대는 김현철 윤상 등이 이끈 웰메이드 팝, 서태지와 공일오비로 상징되는 실험성, 넥스트 노이즈가든 등이 이끈 한국 록의 르네상스, 듀스가 실험한 한국적 힙합, 막 일어나기 시작한 아이돌 산업이 기이하게 공존해 있었고, 이 모든 흐름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도 큰 위화감 없이 회상되거나 차용된다.

에이치오티
에이치오티
지오디
지오디
2 아이돌 음악의 레퍼런스?

또 하나, 90년대가 아이돌 음악에서 일종의 ‘전제’로 새롭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전 세계에 소개되는 케이팝은 독자적인 음악적 맥락을 늘 골몰해 왔고, 90년대는 그들이 새롭게 옹립한 ‘원전’이다. 지오디(god)가 현대적 보이그룹의 효시로, 에스이에스(SES)와 핑클의 음악과 이미지는 현재 걸그룹들의 레퍼런스로 꾸준히 차용되며 음악적, 산업적 연속성을 자연스럽게 담보한다. 해외 케이팝 팬들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과 에이치오티(H.O.T)를 다시 호명해, 90년대를 필두로 한 케이팝의 연대기 정립에 동참한다.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이 모두 90년대 음악인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음악계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그들이 직접 만들어온 90년대식 마인드의 골자를 유지·확장한다. 프로듀서 박진영이 아이돌 음악 속에 자신의 90년대의 음악 ‘유전자’를 이식, 꾸준히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지금 불고 있는 90년대 붐이 향수에 기댄 복고만이 아닌 실질적 기반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에스이에스
에스이에스
슈퍼스타 K 5
슈퍼스타 K 5
3 지금 들어도 촌스럽지 않아서?

다시 ‘토토가’로 돌아가보자. 터보, 김현정, 이정현 등 ‘토토가’가 재조명한 음악들이 평단에서 그간 언급해온 ‘작가’들이 아니라 그 시절 대중들과 가장 가까이 맞닿았던 인기가요, 즉 ‘길보드’ 음악인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나는 90년대 음악의 재발견이 이제 비로소 음악성에만 초점을 맞춘 뮤지션 논의에서 빠져나와 소위 인기가요 중심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시기적으로는 복고 유행의 한 지점으로, 문화적으로는 케이팝의 뿌리로,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와 소통이 가능한 연예산업의 매력적인 레퍼런스로 다변화하고 있는 한, 90년대 음악 자체를 ‘장르화’하려는 이같은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90년대를 빛낸 명반 50> 지은이, 사진 문화방송 제공, <한겨레> 자료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