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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암이란 질환 다루는 방식에 대한 담담한 사진 증언”

등록 2015-01-14 21:05

외과전문의 노상익
외과전문의 노상익
[짬] 수술 사진전 ‘서지컬 다이어리’ 연
외과전문의 노상익씨
1년에 200여차례 정도 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수술 주제로 사진전을 열고 있다. 사진전의 내용이 충격적이기도 하다. 수술 준비과정, 수술실의 기록인 차트, 수술도구를 담은 장면에다 수술을 시작하기에 앞서 열어놓은 복부 사진도 있다. 세번째 개인전 <서지컬 다이어리>(Surgical Diary)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역삼동 ‘스페이스 22’에서 14일 중앙보훈병원의 외과과장인 노상익(51·사진)씨를 만났다. 노씨는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해왔고 개인전뿐만 아니라 ‘대구사진비엔날레’, ‘아를 사진 축제’ 등 굵직한 국제전시에 참여한 프로 작가다.

암환자 진단·수술·마지막 순간 등
의학논문 방식의 다큐멘트 전시
개복 장면 등 충격장면도 그대로

연 200회 암수술 집도하는 전문의
대학시절 연극하다 사진에 입문
2007년부터 본격 사진가로 겸업중

마침 췌장암에 걸린 남성(63) 환자의 수술을 집도하고 왔다기에 그에게 경과부터 물었다. “좀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일단 ‘완전절제’는 했다. 결혼이 늦었는지 이제 스물한살 된 아드님이 아버지 수술 잘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더라.”

의사는 언제 시작했고 사진은 언제 시작했으며 두 작업의 관계는 어디서 비롯됐는가? “처음 수술을 집도한 것은 1998년이다. 사진은 대학 1학년 때 연극반 활동하면서 공연 사진을 자원해서 찍기 시작했다. 가난한 연극반 회원들이니 브로슈어를 만들거나 오디션에 나가거나 사진이 필요한 때가 제법 있었다. 사진 테크닉은 그때 배웠고 2007년쯤에 박형근 작가를 우연히 알게 되어 사진찍기가 아니라 사진작업에 대해 감을 잡았다.”

이번 전시는 특이한 구성이다. 늘 이런 작업 스타일인가? “그렇지 않다. 다른 방식도 있다. ‘뉴시티’(신도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분당과 판교 신도시에서 땅을 파는 것부터 건물이 올라가는 것까지 지켜보고 있다. 사람이 있는 풍경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이번 전시 ‘서지컬 다이어리’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데이터에서 출발한 연대기다. 비공개로 설정된 데이터를 빼고 수술 작업의 기초자료를 전시로 재구성했다고 보면 된다. 어떤 형식으로 풀어나갈까 하다가 내가 가장 잘 아는 방식 즉, 의학 논문의 방식을 따랐다. 서론은 환자가 입원해서 수술하고 퇴원하기까지 밟게 되는 경로를 시간순으로 추적하는 작업이다. 2008년 첫 개인전에서 선보였던 8장이다. 재료 및 연구방법은 의학 도큐먼트, 환자 본인의 사진, 중환자실 간호일지, 생애 마지막날의 생체징후곡선 등을 트립틱(삼면화)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고 병원 내 의학자료가 지닌 조형적 언어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결과는 수술 후 환자의 생존 및 사망 때까지의 여정과 담담한 증언이다. 결론과 고찰은 아직 준비 중이다.”

전시장에서 보니 도마 같은 게 있던데? “그건 수술방에서 사용하는 도마인데 신체에서 장기를 적출하면 현미경으로 분석하기 위해 잘게 썰어야 할 때 사용한다. 사진에 찍힌 도마는 이제 너무 많이 사용했으니 버려야 하는 상태다.”

이 전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내용인데다 실제 인체 사진들이어서 보기에 힘들다는 반응도 있다. 왜 이런 작업을 하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불특정다수, 즉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길 기대하면서 전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흥미 있어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외면할 것이다. 이것은 나의 책임이 아니고 수용자의 몫이다. 보기에 불편하고 생경하다는 것 이해한다. 이번 전시는 어떤 목표까지 가는 과정이며 최종 작업에 이르게 되며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결론과 고찰에 이르면 사진이 추가될 것인데 결국 현시대에서 더 이상 감추어야 할 질환이 아닌 암이 다루어져야 하는 방식에 대한 담담한 증언이 될 것이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마주보는 벽면에 복부를 절개한, 충격적인 사진들이 보인다. 수술실에서 언제 찍고 언제 수술을 할 수 있는가? “내가 직접 수술하면서 찍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개복한 수술 장면은 내가 찍은 것이 아니다. 수술실에는 기록용 사진을 담당하는 조수가 있다. 수술대 위에서 정면으로 찍힌 사진은 녹화하는 기계가 촬영한 것이다. 그 사진들은 이번 전시 구성에서 2번 재료 및 방법에 해당하는 의학 도큐먼트의 일부다.”

관람객 중에 본인이나 가족 중 암 경험자가 있었을까? “어떤 대학의 철학과 교수가 처음엔 내 작업을 좋아하기도 하고 피하기도 했다. 교수의 부친이 (내가 수술한 분은 아니고) 담도암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그 뒤엔 내 사진을 보더니 노상익 작가의 작업이 달라 보인다. 이제 이 작업의 의미를 알겠다고 하더라”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아무것도 안 한다. 그냥 시간을 보낸다. 그런 시간도 물론 잘 안나는 편이다.”

의사이자 사진가로 겸업하자면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겠다? “의사 외의 활동을 최소화시켰더니 할 만하다. 예를 들자면 골프는 안 치고 외국 학회도 필수적인 것 한두번밖에 안 간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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