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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말과 말로 지난 일년 ‘세월’을 풍자하다

등록 2015-02-05 21:35

대전지역 작가 32명이 말을 소재로 갑오년을 풍자한 기획전 ‘말도 마요 18×18전’을 열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말해 눈물’(박대규), ‘붉은 시선’(송인), ‘일하는 말’(이일섭), ‘세(世)의 뒷면’(김이주). 사진 송인걸 기자
대전지역 작가 32명이 말을 소재로 갑오년을 풍자한 기획전 ‘말도 마요 18×18전’을 열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말해 눈물’(박대규), ‘붉은 시선’(송인), ‘일하는 말’(이일섭), ‘세(世)의 뒷면’(김이주). 사진 송인걸 기자
[사람과 풍경] 기획전 ‘말도 마요 18×18전’
“세월호 사고 때문에 지난해 국민들이 참 많이 울었잖아요? 저도 텔레비전만 켜면 울었어요.”

박대규(44) 작가의 작품은 물에 잠긴 말이 눈물을 흘리는 조소 작품이다. 작품명은 ‘말해 눈물’. 마치 뱃머리를 든 세월호의 마지막 모습과 비슷하다.

대전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32명이 4일 대전 중구 대흥동 문화공간 주차(Parking)에서 기획전시회 ‘말도 마요 18×18전’을 열었다. 제목에서 풍겨나듯 풍자적이고 재치 있는 작품 32점이 걸렸다. ‘말도 마요’는 말(馬) 또는 말(言) 등 모든 ‘말’을 소재로 지나가는 갑오년을 표현한 전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18×18’은 작품 크기(가로세로 18㎝)다. 작가들은 갑오년의 잔상과 의미를 한국화, 서양화, 조소, 입체조형, 도자, 서예 작품으로 풀어냈다.

대전 예술가 32명 참여
회화·조소·서예 등 전시
“세월호로 참 많이 울었죠”

안현준(44) 작가는 쌓인 아크릴 판들이 깨진 달걀처럼 보이는 입체조형물 ‘닥치고’를 출품했다. 이 작품 역시 세월호의 아픔이 스며 있다. “달걀이 닭이 되지 못하고 깨진 모습입니다.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아이들의 희생 앞에서도 갑론을박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입 다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화가 정용민(43)씨는 자음과 모음 가득한 배경 위에 먹으로 굳게 다문 입을 그린 ‘닫혀버린 입’을 내놓았다. 할 말 못하고 붙어버린 입술, 조합을 이루지 못한 자음과 모음을 통해 제대로 할 말 못하는 세상을 풍자했다. 최성호(32) 화가의 작품 ‘어느…’는 푸른색을 덧칠하고 또 덧칠해 두꺼운 천처럼 보인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바로 그 바다다. 최씨는 “정말 웃을 일이 없었던 한 해였다. 새해는 즐겁기만 하면 좋겠는데, 저간의 사정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이주 작가는 세상의 반대편에서 웅크리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판화 작품 ‘세(世)의 뒷면’에 담았고, 서양화가 송인씨의 ‘붉은 시선’은 말 머리뼈를 숨어서 노려보는 강렬한 눈빛이 시선을 잡는다.

무거운 소재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종필 목원대 교수(한국화)는 특유의 섬세한 진경산수 화풍 대신 가기 싫어 눈물을 펑펑 흘리는 말을 만화풍으로 그려 즐거움을 준다. 이일섭 조각가는 손때 묻은 대패에 다리와 꼬리, 말 머리를 붙여 기발한 ‘일하는 말’을 탄생시켰다. 또 김윤식 서예가는 나른한 글씨체로 ‘몽마’(꿈꾸는 말)를 썼다.

문화공간 주차의 박석신 대표화가는 “많은 작품에서 세월호에 대한 감상이 배어난다. 많은 시민이 전시 작품을 보고 찾아와 세월호를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작가들과 교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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