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9일 오전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헌화를 마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통곡하고 있다.
문화정책 연구자 목수정의 저서 <월경독서>에는 “김대중은 내게 뼈아픈 실망의 이름이 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였다. 권양숙 여사의 손을 잡고 아이처럼 엉엉 울던 김대중, 그것은 내가 목도한 한국 현대사의 순간들 가운데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울림과 여운은 긴 글이 주는 것보다 강력하다. 역사의 순간마다 그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고, 진실을 전하는 사람은 ‘사진기자’이다. 예리한 눈빛으로 쉬이 지나가버릴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하여 기록하는 것이 바로 사진기자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현장에서 ‘아이처럼 엉엉 울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통함을 순간적으로 포착함으로써 한국 현대사의 ‘가장 슬픈’ 한 장면을 기록해 전한 이는 사진기자 김종수이다.
한겨레신문 사진기자였던 김종수의 사진은 이외에도 평양 신발 공장 노동자들의 엄중함, 빈민대회에 참가한 여성의 애절함을 담고 있다.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과 피사체에 대한 뜨거운 공감이 만들어 낸 사진들이다. 한편으로 그의 사진은 티베트 어느 골목에서 만난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호박잎을 쓰고 있는 아이의 웃음 속 발랄함을 보여준다. 꼿꼿하고 날카로운 눈빛 속에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들어있는 까닭이다. 김종수 기자는 국내부터 해외까지 여러 현장을 다니며, 카메라 건너편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따뜻한 미소를 무시로 지어보였을 것이다.
김종수 기자는 3년 전 병환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3주기를 추모하며 열리는 <사람을 사랑한 시선>展의 사진들은, 그러나 살아서 현장을 말한다. 추모 사진전의 전시작을 정리했던 한겨레신문 강재훈 사진기자는 김종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설사 자신이 꺾일지언정 휠 줄 모르던 사람, 순금 같고 올곧은 나무 같던 사람, 털털한 막걸리와 고향의 흙냄새 같은 사람 김종수.”
김종수 기자가 세상을 떠나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많은 기사들이 보도되었고, 수많은 순간들이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하지만 그가 사진으로 보여준 ‘시선’은 이후의 수많은 기록에 의해서도 덮어지지 않았다. 김종수 기자의 ‘사람을 사랑한 시선’은 사진으로 남아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진부 기자들이 기획하여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2월 10일부터 15일까지 갤러리 류가헌( 02-720-2010 ) 에서 계속되고 열림행사는 11일 저녁 7시에 전시회장에서 열린다.
2005년 4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4가 종묘공원에서 열린 빈곤 해결을 위한 2005년 전국빈민대회에 참석한 한 여성이 깨진 손톱과 반창고를 붙인 두 손을 모은 채, 비정규직 관련법 개악안을 폐지하고 강제철거 등 빈민들의 주거권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연설을 듣고 있다.
2009년 4월 23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종로3가 탑골공원 들머리에서 권력기관의 감시를 상징하는 색안경을 낀 채 ‘통신비밀보호법’ 개악 움직임을 비판하고 있다.
2006년 5월 4일 새벽 용역과 전투경찰 등 1만 2000명을 투입한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 시작되자 평택 대추초교에 모인 주민과 평화바람 활동가 등 지킴이 1000여 명이 정부의 철거집행에 맞서고 있다.
2008년 6월 10일 ‘6.10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광화문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촛불을 치켜든 채 ‘쇠고기 전면 재협상, 타도 독재정권’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 김종수 한겨레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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