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암살 직전 마하트마 간디의 생전 마지막 모습.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역사적인 사진으로, 매그넘 그룹의 첫 전시 ‘시대의 얼굴’ 전에 출품됐다.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2006년 봄, 낡은 나무 궤짝 두개가 세계 사진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시 프랑스문화원 지하 창고의 궤짝 안에서 50년전 대가들이 찍은 사진들이 뭉텅이째 발견된 것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같은 거장들의 원판사진이 먼지에 덮인 채 쌓여있었다. 알고보니, 이 숨은 걸작들은 47년 창립된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포토스’ 의 첫 전시회인 ‘시대의 얼굴’ 전 출품작들이었다. 55~56년 오스트리아 5개 도시 순회전을 마쳤으나, 작가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방치되면서, 반세기 넘게 까맣게 잊혀졌던 것이다.
송영숙 한미사진미술관장이 이 궤짝 속 옛 걸작사진들을 한국에 가져와 내보이는 전시를 차렸다. 4일 서울 방이동 미술관에서 개막한 ‘매그넘 퍼스트’ 전이 그 자리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국내 미술관 첫 기념전으로 마련한 전시다. 9년전 발견된 매그넘 거장 사진 83점과 궤짝, 당시 전시의 매그넘 명판과 전시 포스터, 설명서 등이 나왔다. 송 관장은 지난해 봄 유럽 순회전에서 우연히 이 작품들을 보고 한눈에 반해 매그넘과 전시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세계 곳곳 사람들의 일상과 자연 풍경들을 주로 담고있는 전시장 사진들은 모두 조각난 합판 위에 붙어있다. 50년전 전시 당시 작가마다 각기 큰 합판에 자기 작품들을 다닥다닥 붙여 출품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대상 외에 인화, 프린트 등 세부 기법 등에서 판이하게 다른 거장들의 취향과 개성을 비교하며 볼 수 있다. 특히 38살에 요절한 인물 풍경 다큐사진의 거장 베르너 비쇼프의 원판은 국내 첫 공개다. 페루 산간의 피리부는 인디오소년, 눈발 날리는 일본 도쿄 신사 등 50년대초 유명한 비쇼프의 수작들을 은입자들의 흔적이 생생하게 잡히는 은염원판으로 접할 수 있다. 성자 마하트마 간디가 48년 암살될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브레송이 포착한 간디의 생전 마지막 모습과 다비식을 담은 연작들,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유쾌한 마을 축제 풍경을 포착한 전쟁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사진들도 색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50년대 런던거리와 사람들의 풍경을 포착한 잉게 모라스, 전후 크로아티아 달마티아의 질박한 삶을 보여주는 마크 리부 등 당시 소장사진가들의 연작까지 포괄한 출품작들은 50년대의 시대상과 세계의 얼굴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기록들이다. 사진가 강운구씨는 “인간 삶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겠다는 초창기 매그넘 작가들의 의지와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평했다.
송 관장은 “매그넘 쪽과의 협조를 강화해 앞으로도 매그넘 소속 거장들의 작품 기획전을 계속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8월15일까지. (02)418-1315.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