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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통영의 ‘지음’ 위해…윤이상 ‘예악’이 울려퍼졌다

등록 2015-04-06 19:37

지난 5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15 통영국제음악제 폐막공연에서 크리스토프 포펜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트벌오케스트라가 윤이상 작곡의 ‘예악’을 연주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지난 5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린 2015 통영국제음악제 폐막공연에서 크리스토프 포펜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트벌오케스트라가 윤이상 작곡의 ‘예악’을 연주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서양악기의 의도적 국악기 모사
동서양이 완벽하게 결합된 ‘걸작’
통영국제음악제 폐막공연서 연주
경남 통영은 주말 내내 젖었다. 봄비가 전통적 운율의 박자로 틱! 톡! 탁! 내렸다. ‘박’(拍)이 울렸다. 윤이상(1917~1995)의 대편성 관현악곡 ‘예악’(禮樂)의 연주가 시작됐다. ‘박’은 여섯개의 판목을 모아 부채처럼 접었다 펴며 박자를 맞추는 국악 타악기다. 풍류와 춤을 시작할 때나 마칠 때 탁! 친다. 국악기 ‘박’이 서양악기를 이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사실 윤이상은 의도적으로 서양악기로 국악기를 모사했다. 플루트는 대금을, 오보에는 피리를, 바이올린은 해금과 아쟁을, 첼로는 거문고와 가야금을 떠올리게 한다.

타계 20주기를 맞아 열린 2015 통영국제음악제 폐막공연작으로 지난 5일 ‘예악’이 연주됐다. 크리스토프 포펜이 지휘하는 통영페스트벌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1300석을 꽉 채운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숨을 죽였다. 이날 연주에서도 어김없이 서양악기는 국악기를 표현했다. 한국적인 색채도 뚜렷했다. 첼로와 콘트라베이스는 현을 뜯어 틱!틱! 긁는 소리를 냈다. 국악의 농현을 연상시키는 장면도 보였다. 현악기를 연주할 때, 왼손으로 줄을 짚고 흔들어 여러 가지 꾸밈음을 내는 연주법이다.

‘예악’은 1966년 독일 도나우싱엔 음악제에서 초연되어 윤이상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겼다. “동양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음악 어법과 결합해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라는 극찬이 따라붙었다. 작품 속에 녹아든 정중동(靜中動) 원리는 서양 작곡가들에게 훌륭한 돌파구로 제시됐다.

흔히 ‘예악’은 종묘제례악의 약칭으로 본다. 궁중음악인 아악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 이상이었다. 흐느끼는듯한 불협화음은 남도 무속음악에서 기원했다는 시나위을 연상시켰다. 윤이상이 자서전에서도 밝혔듯이 고향바다 통영에서 어릴적 들었던 뱃노래와 같은 민중의 가락도 곳곳에 숨어있었다. ‘예악’은 한국의 모든 음악적 요소를 아울러 총체적으로 담아냈다. 그가 끝내 밟지 못한 고향바다에서 길어올린 한국적 감수성은 흐느끼듯, 호소하듯 객석을 오랫동안 사로잡았다.

다시 ‘박’이 울렸다. 시작을 알렸던 것처럼 연주의 끝을 알린 것이다.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의문이 쏟아졌다. 이렇게 좋은 우리나라 작곡가의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왜 좀더 자주, 왜 더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걸까?

지난달 27일 개막한 통영국제음악제가 열흘만에 막을 내렸다. 타계 20주기를 맞도록, 음악제 명칭에서 윤이상은 빠져있다. 이제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알릴 것인지 원점에서 다시 고민할 때다. 그래야 윤이상도 살고, 음악제도 산다.

통영/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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