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의 ‘마흔 번째봄’에서 가져온 문구.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서울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 교보생명 건물에는 가로 20m, 세로 8m 크기의 커다란 ‘글판’이 걸려있다. 글판에는 30자 안팎의 글씨가 쓰여있다.
짧은 문구지만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으로 둘러싸인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화문 글판’은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지난 1991년부터 시작됐다. 처음 걸린 문구는 “우리 모두 함께 뭉쳐 /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고 한다. 다소 투박한 문구였다.
지금처럼 세련되고 시적인 문구가 사용된 시점은 1998년부터다. 고은의 시구에서 딴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였다.
지난 25년 동안 걸린 글귀는 총 72편이다. 광화문 글판은 2007년에는 환경재단에서 뽑은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들었고 2008년에는 한글문화연대의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되기도 했다.
글귀는 교보 측이 위촉한 문인들로 구성된 문안선정위원회가 선정한다. 1년에 네 번 각 계절에 맞춰 시민들의 공모작과 선정위원들의 추천작을 놓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선정한다.
쏟아져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그리운 이들이 절로 떠오른다는 내용이 담긴 이용악의 시 ‘그리움‘ 주에서.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