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이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 시리즈 연주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10년에 한 번 연주될까 말까한 희귀 레퍼토리다. 사진 왼쪽부터 권혁주(바이올린), 장유진(바이올린), 심준호(첼로), 이한나(비올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놓치면 후회할 ‘필청 연주회’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부터
바그너 음악극 독일어 전막 공연까지
클라리넷 마이어는 피아노와 트리오
빈필은 모차르트 곡으로만 레퍼토리
정명훈은 두 악단 모아 합동 공연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부터
바그너 음악극 독일어 전막 공연까지
클라리넷 마이어는 피아노와 트리오
빈필은 모차르트 곡으로만 레퍼토리
정명훈은 두 악단 모아 합동 공연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금호아트홀,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연주회. 15년 만에 국내에서 실연으로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15곡)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무대가 열렸다. 이날 1, 3, 7, 14번을 시작으로 9월 10일, 10월 15, 22일까지 4회에 걸쳐 연주되는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곡은 20세기 실내악의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전쟁과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애, 좌절감, 억압에 대한 분노 등 격렬한 감정은 말끔하게 정제된 음반 녹음보다 연주자의 거친 호흡이 묻어난 실연을 들을 때 감흥이 극대화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옛 소련 작곡가가 썼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지곡이었다. 1980년대 초반 해금된 뒤에도 연주상의 까다로움과 대중성 부족 때문에 실연을 접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칼라치 콰르텟의 연주를 놓치면 전곡으로는 10년 뒤에나 다시 만날지 모른다. 칼라치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30)는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을 실연으로 들어본 이는 음악가들 중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연주자로서 의미 있는 도전이다. 아름다운 음악 이면에 담긴 전쟁의 참상과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예술가의 절망 등 다층적 의미와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가 만만치 않다”라고 했다.
이처럼 실연으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음악회들, 놓치면 후회할 필청(必聽) 음악회들을 올 4분기에 예정된 공연 중에서 꼽아봤다.
■ 전곡 완주, 초연, 오랜만의 재연
전곡 감상은 한 작곡가의 예술 세계는 물론 삶과 시대상까지 통찰해 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전곡 연주가 흔치 않은 만큼 일단 기회가 찾아온다면 욕심을 내볼 만하다. 앞서 언급한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처럼 10년에 한 번 실연으로 들을까 말까 한 진귀한 레퍼토리라면 더욱더 지나칠 수 없다.
국내 초연이나 오랜만의 재연 역시 두고두고 간직할 만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국립오페라단이 1974년 바그너의 음악극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한국어로 전막 초연한 지 41년 만에 선보이는 독일어 전막 공연(11월 18~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좋은 예다. 바그너 전문 가수는 물론 바그너 전문 지휘자, 연주자까지 동원해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는 바그너 음악극의 특성상 자주 감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 드문 편성, 흔치 않은 레퍼토리
친숙한 연주자일지라도 평소와 다른 편성으로 청중을 찾아온다면 감상의 희소 가치가 충분하다. ‘클라리넷 여제’로 불리는 자비네 마이어가 9월22일 엘지아트센터에서 선보일 트리오가 그렇다. 멘델스존이 클라리넷과 클라리넷의 형제 격인 바셋 호른, 피아노라는 희귀 조합으로 작곡한 ‘작은 협주곡(콘체르트슈튀크) 1, 2번’은 이번 무대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울 것이다.
■ 특별한 조합
어떤 연주자와 레퍼토리를 조합하느냐에 따라 매번 새로운 청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클래식 음악의 핵심 묘미다. 오는 10월10일 6년 만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찾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한국 청중 앞에서 즐겨 선보였던 브람스, 말러 등의 대편성 교향곡을 배제하고 모차르트 작품으로만 연주곡을 꾸린다. 피아니스트로도 명성이 높은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교향곡 40, 41번과 더불어 자신의 협연으로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들려줄 예정이다. 기준음 라를 440헤르츠(Hz)가 아닌 445헤르츠로 조율해 한층 밝고 따스하게 표현될 빈 필식 모차르트의 맛, 과연 어떨까.
지휘자 정명훈이 두 걸출한 악단의 정수를 결합하는 무대도 흥미롭다. 정명훈은 2012년부터 객원수석지휘자로 재임중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서울시향의 수석 연주자들을 엮어 다음달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2, 3번을 연주한다. 불과 10년 만에 세계 무대로 도약한 클래식 음악계의 ‘루키’ 서울시향과 4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만남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하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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