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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농민화가 이종구 땅끝 산사에 빠졌네

등록 2015-10-27 20:55

달밤의 미황사 대웅전을 그린 신작 앞에 선 이종구 작가.
달밤의 미황사 대웅전을 그린 신작 앞에 선 이종구 작가.
미황사 등 그린 신작 20여점과
10여년간 그린 사찰 풍경들
생명과 종교·생태의 세계 담아
남도 땅끝의 달마산 미황사에 푸른 밤 달덩이가 두둥실 떴다.

80년대 이래 극사실적 기법으로 이땅 농민들의 삶을 다양한 연작으로 그려온 농민화가 이종구(61)씨의 신작들은 영성 가득한 남도 절집의 명징한 풍경들이었다. 지난 17일부터 해남 미황사 자하루 전시장에 차린 그의 개인전 ‘미황사-절집기행’은 올해 봄부터 그가 미황사와 대흥사, 일지암 등 해남 일대를 오가며 작업해온 신작 20여점과 지난 10여년간 작가가 꾸준히 작업해온 국내 유명사찰의 풍경들로 채워졌다.

출품작들은 대개 울트라 마린의 푸른 밤을 배경으로 검고 깊은 산세와 그 속에 아뜩하게 숨쉬는 절간과 법등, 동백꽃 등의 뭇생명들이 명멸하는 광경을 초현실에 가까운 극사실적 묘사로 표현하고 있다. 생명과 종교, 생태의 세계로 부쩍 다가가고 있는 작가의 또다른 변화를 일러주는 그림들이다. 저 유명한 경주 삼화령 아기불의 종이 부조상과 세월호 침몰로 희생된 학생들의 원혼이 깃든 진도 맹골수도 앞바다와 종이비행기의 그림이 서로 맞닿은 작품이 눈길을 이끈다. 무위사의 달밤과 산중턱에 불탑이 있는 정암사 적멸보궁, 석굴암의 신장상 부조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그리고 전시 말미에 달마산 산중의 불빛과 동백꽃덩이로 수놓아진 미황사의 여러 전경들이 들어온다. 산세 안에서 수행하는 승려와 행자들의 영성, 그리고 이 풍경 곳곳에 깃든 역사의 숨결이 어울려 지금 현실의 고통을 풀어내고 이땅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사랑을 빚어내는 해원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작가는 올해 3~5월 해남 강진 동백매화 답사를 함께 한 작가들의 연합전시인 ‘동백매화화첩 펼쳐보기’, ‘풍류남도만화방창’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미황사와 대흥사 등 해남 절집과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24일 열린 미황사 괘불제의 만물공양 때는 자신의 신작인 달마산 동백꽃 그림을 정성껏 불전에 드렸다.

“미황사는 여느 절과 달리 달마산 자락에 앉은 풍경이 자연과 전통, 종교가 하나가 된 총체적 풍경으로 들어옵니다. 거기 매혹돼 봄 기행 뒤로 계속 미황사와 달마산을 오가며 드로잉하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풍경을 바로 교감할 수 있는 절집 공간의 전시라서 더욱 기쁩니다.”

최근 위암으로 위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작가는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국토기행의 새로운 지평을 발견했다는 기대감에 차있었다. 앞으로도 일년간은 남도 산야에 새겨진 인간과 불성, 생명의 자취를 확인하고 그리겠노라고 그는 다짐했다. 11월30일까지.

해남 미황사/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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