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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노래가 무어냐…민요? 가요? 만요!

등록 2015-12-07 19:32수정 2015-12-07 20:49

왼쪽부터 황석정, 호란. 사진 함박우슴 제공
왼쪽부터 황석정, 호란. 사진 함박우슴 제공
음악극 ‘천변살롱’ 황석정·호란
1930년대 경성. ‘모던보이’ 소설가 구보(본명 박태원)의 발길을 따라 그의 소설 <천변풍경>으로 들어간다. 지금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바뀐 ‘미츠코시백화점’을 지나, 명동예술극장으로 바뀐 공연장 ‘명치좌’도 지난다. 그리고 청계천변 ‘천변살롱’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문을 밀치자 ‘모던걸’이 댄스 스텝으로 달려온다. 아코디언, 바이올린, 기타, 베이스의 4인조 밴드가 쿵쾅쿵쾅 가슴을 때리면, 모던걸이 때로는 시크하게 때로는 간드러지게 노래를 뽑는다. 콧소리를 듬뿍 함유한 음색은 짙은 단조풍의 선율과 몸을 섞는다. 바로 일제 강점기의 희로애락을 담은 노래 ‘만요’(漫謠)다. 이 음악은 전통 민요와 재즈, 일본 엔카(演歌)가 뒤섞인 이종교배의 산물이다. 가사는 웃기지만 감상적이며 감각적이다. 시쳇말로 ‘웃픈 노래’다. 지난 6일 밤 서울 한성대입구역 연습실에서 1930년대 만요를 소재로 한 음악극 <천변살롱>연습을 3시간쯤 지켜봤다. 만요를 부르는 ‘모단’ 역엔 황석정과 호란이 더블캐스팅됐다.

전통민요에 재즈·엔카 등 뒤섞여 탄생
일제강점기 희로애락 담긴 14곡
그 시절 ‘모던걸’로 분장해 공연
황석정 “1인 14역 맡은 연극 같아”
호란 “노래 속 1930년대 풍경 생생”

“만요가 모두 14곡이 나오는데요, 한 곡 한 곡이 완성도가 높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 곡도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만요는 개성이 뚜렷하고, 정서가 아주 풍부하고, 독특합니다. 한 여자의 추억과 그리움을 노래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니까 만만찮습니다.”(황석정)

“워낙 오래된 노래라 (만요를) 들어본 적도 없고 감이 안 왔어요.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단조 멜로디가 정직하고 직설적인 거에요. 가사도 직접적으로 호소합니다. ‘비단장수 왕서방’에는 왕서방이 비단을 파는 디테일한 스토리에 들어있고, ‘신접살림 풍경’도 구체적 단어와 풍경이 생생해요.”(호란)

2008년 첫선을 보인 음악극 <천변살롱>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모더니스트들이 모이던 천변살롱에서 만요를 노래하고 춤춘다. 특별한 스토리를 따르기보다는 노래를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맹활약하는 황석정은 음악극 도전이 처음이다. 믿고 보는 연기력에 서울대 국악과 출신의 숨겨진 음악성을 이참에 십분 발휘한다. “가사들이 시적입니다. 무용가 최승희가 불렀던 ‘이태리 정원’은 서구적이고 시크하고 여운이 짙어요. ‘노들강변’은 신민요로 많은 장르와 많은 내용이 들어있고요. 그래서 서로 다른 14곡을 부르는 건, 14편의 옴니버스식 연극을 하는 셈입니다. 저는 1인 14역을 하는 느낌입니다.”

이날 밤 9시 45분, 황석정이 연습 무대에 섰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 가르쳐 줄까요, 열입곱 살이에요.” 노래를 마친 뒤 황석정이 표창처럼 휘리릭 대사를 날린다. “뭐, 내가 열입곱 살 같지 않다고?” 스태프들이 배를 잡고 쓰러진다. 창법은 의외로 클래시컬했다. 약간의 비음과 탁성은 만요라는 장르와 비교적 잘 호응했다.

가수 호란의 무대는 어떨까? 세련된 보컬과 섹시한 카리스마를 무기로 그룹 ‘클래지콰이’ 활동을 하며 솔로 앨범도 발표한 그다. “극중 노래는 호란이 하는 게 아니라 모단이가 하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 방식을 버리고 음악극의 입장에서 접근했어요. 캐릭터가 강한 ‘오빠는 풍각쟁이’ 같은 곡은 만요 특유의 트레몰로, 비음을 써서 과장되게 표현했습니다.”

이날 저녁 7시 연습에서 호란은 폭발적 에너지를 뿜었다. 단호하지만 섬세했다. 절창이다. 마치 100% 충전이 된 ‘음악 로봇’ 같았다. “가수로서 콘서트장에서 부를 땐 과도한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런 음악극 무대에서 감정을 거의 모두 표출합니다. 가수 호란이 못 부를 곡을 음악극 배우 호란이 다 부르는 거죠.” 오는 10~27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02)515-9227.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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