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 사진 강원문화재단 제공
바리톤 간바타르 평창겨울음악제 공연
작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성 1위’
키 192㎝…놀라운 성량·호소력 폭발
지휘자 게르기예프 “별이 될것” 극찬
“난 유목민 후예…좋은 목청 타고나”
작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성 1위’
키 192㎝…놀라운 성량·호소력 폭발
지휘자 게르기예프 “별이 될것” 극찬
“난 유목민 후예…좋은 목청 타고나”
“피가로, 피가로, 피가로!” 속사포를 쏘듯 한 피가로의 아리아를 끝내자 대관령엔 “브라보!”가 쏟아졌다.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아리아로 객석을 휘어잡은 바리톤은 몽골 출신의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28). 2015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남성 성악 1위와 전체 그랑프리를 차지한 그는 지난 26일과 27일 ‘2016 평창겨울음악제’ 무대에 섰다. 고음, 중음, 저음의 이음새는 윤이 나고 차졌다. 중저음은 가슴에 울림을 줬고, 고음은 테너처럼 폭발적 호소력을 뿜어냈다. 깊고 풍부한 음색은 192㎝, 105㎏의 육중한 몸 밑바닥으로부터 길어올린 심층수 같았다. 지난 27일 평창에서 그와 단독으로 만났다.
“평소 바리톤이 피가로의 아리아를 부를 때 대단히 무겁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른 성악가들과 다르게 나만의 색이 필요하다고 봤다.” 실제 간바타르의 무대는 징기스칸의 후예답게 몽골 기병의 발걸음처럼 경쾌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성악공부를 재개한 건 겨우 2년 남짓. 그는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2010~2014년 경찰관으로 일했다. “보통 경찰관들처럼 교통법규 위반자들에게 범칙금을 물리거나, 취객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일을 했다. 아, 경찰 노래팀에서 자주 무대에 올라 몽골 가요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성량은 놀라웠다. 피가로의 아리아뿐 아니라 리골레토가 부르는 ‘가신들, 이 천벌받을 놈들아’ 등 이틀간 부른 10여 곡은 ‘절창’이었다. 국립오페라단장을 지낸 소프라노 정은숙 성남문화재단 대표는 “고급스럽고 테크닉이 고르다. 프레이징(음악을 끊어 연주하는 구절법)에서 얼룩이 없다. 고음에 능한 ‘하이 바리톤’으로 입체적인 울림도 좋다”고 평가했다. 얼룩이 없다는 것은 타고난 역량에 테크닉적인 완성도를 높여 실수가 없다는 뜻이다. 몽골 밖으로 거의 나가 본 적이 없는 간바타르가 어떻게 정확한 딕션(성악에서 외국어 발음)을 구사하는지 궁금했다. “음을 들으며 따라하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따라했다. 계속해서 듣고 반복해 연습했다.”
“혜성처럼 나타난 간바타르가 앞으로 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휘계의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간바타르를 이렇게 극찬한 바 있다. 게르기예프와 자주 한 무대에 오르는 간바타르는 “게르기예프가 ‘소리가 좋아 더 노력하면 너는 최고 성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깊고 풍부한 음색은 유목민의 후예라 가능했다. “몽골 성악가들은 유목민의 후예로서 선천적으로 목청이 좋다. 넓은 초원에서는 큰 소리를 내야 멀리까지 들리기 때문이다.” 경찰관 출신인 그는 곧 오페라 <토스카>에서 경찰청장 스카르피아 역을 맡는다. “2015년 4월 제 오페라 데뷔작도 <토스카>의 경찰청장이었다.” 뭔가 운명적인 기운이 28살의 그를 감쌌다. 몽골 초원의 별에서 세계오페라 무대의 빛나는 별이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한국 노래 아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보고 싶다 보고 싶다~”라는, 고음부로 유명한 김범수의 곡이 튀어나왔다. ‘하이 바리톤’의 자부가 묻어나는 선택으로 느껴졌다.
평창/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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