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녀를 말해요'(14~17일 남산예술센터).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리뷰 l ‘그녀를 말해요’ ‘내 아이에게’
세월호 2돌 맞아 다양한 연극
배우 입에서 아이 모습 그려져
미수습자 가족 얘기에 눈시울
세월호 2돌 맞아 다양한 연극
배우 입에서 아이 모습 그려져
미수습자 가족 얘기에 눈시울
한국은 어쩌면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0분 ‘세월호 참사’에 멈춰있는지 모른다. 2년이 지났지만 세월호를 제쳐놓고 진정성을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현실의 거울인 연극에서 다루는 ‘세월호’도 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연극 <그녀를 말해요>(14~17일 남산예술센터)에서 이경성 연출은 지난해 <비포애프터>에 이어 다시 세월호와 맞섰다. 텅 빈 무대에 다섯 배우가 차례로 등장했다. 배우들은 세월호 유족인 ‘그녀’(어머니)들을 직접 만났다. 그녀들의 말 뿐 아니라 침묵, 숨소리, 눈빛, 몸짓은 고스란히 무대로 전해졌다. “유독 나와 닮은 딸이 보고 싶으면 거울을 본다.”“아이는 동방신기를 좋아했다.” “몸 중에선 엉덩이가 가장 예뻤는데, 나중에 아이들을 확인할 때 골반부터 만져봤다.”
말이 하나 둘씩 쌓이면서 아이들의 모습도 점점 또렷하게 모습을 갖춰갔다. ‘말한다’는 ‘기억한다’는 것이며 ‘함께 숨 쉬는 것’이다. 말은 숨과 함께 몸에서 몸으로 건너간다. 공감이다.
마지막엔 305명의 희생자의 이름을 하나씩 호명한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너’와 ‘나’는 같은 공기를 숨쉬는 존재가 된다. 아쉽다. 미리 관객에게 명단을 나눠줬더라면, 수백명의 ‘나’가 305명의 ‘너’를 함께 호명하는 데 동참했을 텐데….
연극 <내 아이에게>(4~17일 예그린씨어터)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의 얘기다. 영상과 번갈아 보여주는 가족들의 얘기는 객석을 흐느끼게 만들었다. 노란 나비, 종이배, 수선화와 함께 아픔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세월호를 직접 다루지는 않았어도 곳곳엔 세월호는 존재했다. 이성렬 연출의 <햄릿아비>에서는 넋을 달래는 해원굿으로 나타났고, 장우재 연출의 <환도열차>에서는 1953년 부산을 출발한 열차가 2014년 4월16일에 도착했다.
하지만 연극은 우리 모두 세월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며 연극을 중단시킨 나라에서 살고 있다. 연극도 유족의 아픔을 얘기하는 데 멈춰 있다. 이제 현실에서 다시 높아가는 진상규명의 목소리와 함께 연극에서도 세월호가 어떤 식으로든 한 걸음 나아가야 할 때다. ‘기억한다’는 것은 유족의 문제를 넘어 ‘참사의 원인’을 직시한다는 의미이므로. <그녀를 말해요>를 본 뒤, 한 평론가는 “아직 많이 짓눌려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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