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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조선 실학자 하백원, 그의 이용후생 정신

등록 2016-05-04 18:49수정 2016-05-04 20:57

규남 하백원의 실학사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자동 양수기 설계도인 자승차 도해.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규남 하백원의 실학사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자동 양수기 설계도인 자승차 도해.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 전시
천문도·양수기 등 유물도 선보여
6대손이 친필자료 대거 기탁
“전쟁(6·25)이 나고 피난 갈 때 앞 논에 쌓아 둔 책이 두 무더기가 있었는데, 군인들이 불을 질렀지. 다 타버렸어. 우리 집이 여섯칸으로 대청이 컸는데, 거기에 책 궤짝 30개가 쌓여 있었어. 일부 돌담 밑에 넣어 둔 책들만 살아남았어. 이건 대부분 피난길에 내가 등에 직접 지고 갔던 것들이야.”

지난 1일부터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6층 고전운영실에서는 올해 소장 고문헌(총 29만여점) 전시 시리즈 두 번째인 ‘규남 하백원(河百源, 1781~1844)의 실학사상, 전남 화순에서 꽃피우다’가 열리고 있다. 2일 전시실에서 만난 하성래(81)씨는 순창의 신경준, 고창의 황윤석, 장흥의 위백규와 함께 호남 4대 실학자 중 한 사람으로 불린 하백원의 6대손이다.

진양 하씨 종문회장으로, 가사문학을 연구해 박사학위까지 딴 하씨는 “피난갈 때 ‘쌀이라도 한 말 지고 가지 이 판국에 무슨 책이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규남 자신이 시, 편지, 상량문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수많은 자료를 써서 남긴데다 규남의 7대조 이조판서 하윤구를 비롯해 선조들의 많은 장서를 수집하기도 해 그의 집은 오래전부터 ‘만권택’(萬券宅)으로 불렸다고 한다.

7월 말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하씨가 중앙도서관에 기탁한 고서 53종 60책과 고문서 895점 중에서 가려낸 일부 유물들을 선보인다. <규남 선생 유집> 11권 5책과 <규남 문집> 7권 3책, 천문도인 ‘황도총성도’와 세계지도인 ‘태서회사이마두 만국전도’, ‘동국지도’, 일종의 자동 양수기를 다룬 ‘자승차(自升車) 도해’와 ‘해유(海遊)시화첩’ 등 24종이다.

이 고문헌들을 기탁받아 분석·정리하고 전시를 기획한 국립중앙도서관 이기봉 학예연구사는 “규남은 서구 근대 지식을 적극 수용하며 전통적 세계관을 극복하려 한 진취적인 학자요, 투철한 실학자였다”고 말했다. 또 “규남 선생의 친필자료인 고서들과 집안의 간찰(편지)들은 소중한 생활사 자료이자 호남지역 향토사료료서의 가치도 크다”고 덧붙였다.

전시실에는 도해도에 따라 실제로 제작한 자승차 축소모형이 전시돼 있다. 도랑을 막아 물이 고이면 그 수압차를 이용해 자동으로 물을 높은 곳으로 퍼올리도록 고안된 장치다. “실제로 작동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나긴 했지만, 규남의 실천적 이용후생 정신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소중하다”고 이 학예연구사는 설명했다. 청나라에 와 있던 서양 선교사 쾨글러의 황도총성도, 알레니의 만국전도를 직집 필사하고 정상기의 지도첩을 참고해서 새롭게 그린 동국지도 등도 솜씨가 뛰어나 보인다.

이번 전시는 규남 후손의 소장 문헌 기탁에 따라 이뤄졌다. 기탁은 소장품 소유권이 넘어가는 기증과 달리 소유권은 그대로 두되 수집 정리 보관 전시를 도서관에 맡기고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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