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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전시 기획자가 망쳐버린 사진전

등록 2016-05-19 18:47수정 2016-05-19 21:10

브뤼노 레키야르 유니제 섬, 유고슬라비아, 1974 ⓒ문화부 - 프랑스 국립 건축사진문화유산 미디어센터
브뤼노 레키야르 유니제 섬, 유고슬라비아, 1974 ⓒ문화부 - 프랑스 국립 건축사진문화유산 미디어센터
고은사진미술관 기획 ‘레키야르전’
작업시기 설명과 사진 맞지 않아
“지명도 의존하는 전시회 아쉬워”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프랑스 사진가 브뤼노 레키야르(1947~)의 사진전 <브뤼노 레끼야르, 형태의 시>가 열리고 있다. 8월10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죄드폼 미술관이 기획했고 프랑스 국립 건축사진문화유산 미디어센터와 프랑스 문화커뮤니케이션부가 협력했으며 부산 전시를 위해 고은사진미술관이 참여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89점이 걸렸는데 레키야르의 사진 인생을 전반적으로 훑어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앞부분은 1967~79년 작업으로, 레키야르가 프랑스 정부에 모두 기증한 작품이다. 뒷부분은 사진을 떠났던 그가 2000년 이후 사진으로 돌아와 파노라마로 찍은 작업들이다.

고은사진미술관에서 낸 보도자료를 보면, 레키야르의 작업을 시기별로 6개로 세분했다고 한다. 하지만 설명한 텍스트와 시기별 사진이 서로 맞지 않는다. 첫 번째 시기인 ‘세대’는 “사진에 입문한 레키야르가 시위자를 따라다니다 록 페스티벌로 가게 되었고 극단의 무용수들과 가까워졌으며 독창적인 사진언어를 만들어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시기를 알리는 사진은 젊은 남자 두 명이 누워서 쉬고 있는 클로즈업 사진과 아이가 비닐봉지를 쓰고 거리를 걸어가는 사진 등 두 장뿐이다. 두 번째 시기인 1972~73년을 ‘시퀀스-연속사진/재현’이라고 하고 “베허 부부나 듀안 마이클 같은 사진작가들이 지향했던 예술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으나 레키야르의 시퀀스는 서사적 진술의 형태를 띠지 않는다. 단지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내온 사진은 버려진 매트리스 사진 한 장과 나무 사진 한 장이어서 이해할 수 없다. 고은사진미술관 관계자는 “전시장에서 전시되고 있는 사진 중에는 여러 장이 연속으로 등장하는 시퀀스 사진은 없다. 레키야르의 이 시기 작업을 시퀀스로 부를 뿐이다. 조형미를 강조하는 별개의 사진들이 연결되는 시퀀스”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죄드폼 주최로 외부기획전을 할 때 만든 프랑스어 보도자료를 한글로 옮기면서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내용과 맞춰보지 않은 오류로 보인다. 죄드폼 기획전의 사진과 고은사진미술관의 전시사진은 일치하지 않는다.

필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기획사진전 <보이지 않는 가족전>에 걸린 사진과 롤랑 바르트 사진론 사이의 괴리를 지적(<한겨레> 4월29일치 24면)한 적이 있다. 이 사진전은 한불수교 130주년과 프랑스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 탄생 10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기획전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롤랑 바르트를 잘못 인용한 전시기획자 때문에 전시장엔 엉뚱한 사진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7월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1989년 이후 한국현대미술과 사진>전도 비슷한 문제를 노출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는 이 전시에 대해 “책의 편집과 마찬가지로 전시도 일정한 맥락을 갖고 진행되어야 한다. 전시된 사진들은 작가들의 성향이나 작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혼란스럽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작가와 작품 선정도 한국의 미술관 기획전이 모두 그렇듯 네임밸류 중심으로 이루어져 그 작가가 그 작가고 그 사진이 그 사진이다. 전시기획자나 큐레이터들이 지명도에 의존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사진가와 사진을 발굴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시기획자가 헛발질을 하면 사진 작품이 관객과 만나지 못하고 영혼 없이 허공을 떠돌게 된다.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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