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스 콰르텟. 왼쪽부터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제2바이올린), 로버트 드메인(첼로), 제임스 에네스(제1바이올린),
6월 25·26일과 7월 1·3일, 현악사중주단 에네스 콰르텟이 4일 동안 6번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 무대에 올라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16곡과 ‘대푸가’를 연주한다. 현악사중주 전곡은 연주 시간도 긴데다가, 연주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이처럼 정신적·체력적인 소모가 크기 때문에 한두 해에 걸쳐 나눠 연주하는 게 보통이다. 2010년 창단 이후 베토벤 현악사중주곡을 비중 있게 다뤄 온 에네스 콰르텟은 디토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극기 훈련에 가까운 초단기간 완주에 도전한다.
에네스 콰르텟의 리더이자 캐나다 출신의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는 최근 전화 통화에서 “베토벤이 남긴 현악사중주곡은 한 곡 한 곡이 걸작이며, 현악사중주 장르에 있어 상징적인 작품”이라며 “단원 모두가 이 레퍼토리에 열의가 있어서 한 곡씩 해보다가, 결국 전곡을 다 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장소에서 전곡을 내리 연주하는 것은 창단 이후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감상자 입장에서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게 전곡 감상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베토벤의 현악사중주곡을 통해 음악적 개성이 어떻게 확립되어 갔는지, 청력 상실로 인한 고뇌, 불굴의 의지와 초극이 긴 세월에 걸쳐 어떻게 음악에 녹아들었는지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제임스 에네스는 “(바그너 음악축제인)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도 1주일 사이에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다 올리지 않느냐. 이번 사이클은 베토벤이 남긴 개별 현악사중주곡들이 어떠한 큰 흐름 안에 있는지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거의 모든 연주에 초·중·후기작을 함께 배치해, 반드시 모든 연주회를 감상하지 않더라도 전곡 연주의 취지에 최대한 접근하도록 한다.
에네스 콰르텟의 이번 연주가 관심을 모으는 또 다른 이유는 비올라 단원이 국내에서 인기 높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어서다. 에네스와 용재 오닐은 12년 전 시애틀뮤직소사이어티에서 합주한 것을 계기로 가까워졌다. 에네스는 용재 오닐에 대해 “정직하고 배려심 많고 사색적인 사람이다. 음악적·인간적인 면모가 일치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에네스 콰르텟 결성 계기는 2010년 에네스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음반 녹음이었다. 남은 트랙에 멘델스존의 현악사중주곡을 넣기로 하는 바람에 콰르텟을 구성하게 됐다. 에네스는 “제일 좋아하는 연주자들한테 연락했다. 현재 에네스 콰르텟 단원인 리처드, 로버트, 에이미였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제2바이올린을 맡기로 했던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의 사정으로 합주가 성사되지 못했지만, 아쉬움을 떨치지 못한 모레티의 제안으로 네 사람이 다시 모였다.
제임스 에네스(제1바이올린·리더),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제2바이올린),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로버트 드메인(첼로)은 모두 관록 있는 실내악 연주자들이었다. 용재 오닐은 링컨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의 일원이자 2009년부터 실내악 축제 ‘디토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맡아 왔다. 에네스는 시애틀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에서 20년 넘게 활동해왔으며 현재 이 단체의 예술감독이다. 모레티는 플로리다 오케스트라와 오리건 심포니 악장을 지냈고, 드메인은 현직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이다. 에네스 콰르텟은 창단 6년 만에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획득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번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를 앞두고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와 함께 베토벤의 현악사중주에 관한 책 <나와 당신의 베토벤>(오픈하우스)도 공동집필했다. 책은 이번 주 출간된다.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크레디아 제공